영국 런던 토트넘에서 발생한 폭동이 5일째 이어지며 버밍엄 노팅엄 맨체스터 글로스터 등 영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폭도들과 맞서는 싸움이 시작됐다"고 선언하고 강경 진압방침을 밝혔다. 10일 폭도들은 부유층의 집을 공격하기도 했으며 특히 극우단체가 폭동진압에 가세하는 등 갈등이 빈부격차와 인종차별로 비화될 조짐이다.

10일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9일 밤(현지시간) 런던 남부 크로이던에서 총상을 입은 26세 남성이 치료 중 숨진 데 이어 버밍엄에서는 폭동으로 3명이 사망했다. 맨체스터에선 폭도들이 영국 최대 도심형 쇼핑몰인 안데일쇼핑센터를 급습했다. 폭도 200여명과 경찰이 대치한 리버풀에선 경찰 1명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도들은 테스코 소니 등의 매장을 약탈하고 불을 지르며 부유층의 집까지 습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런던 내 경찰 병력은 하루 만에 1만명에서 1만6000명으로 증원됐다. 가디언은 오후 8시 현재 "이번 시위로 1300명 이상이 체포됐다"며 "부상을 입은 경찰도 111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폭도들은 휴대폰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장소를 정하고 경찰의 동태를 알리며 게릴라 작전을 펴고 있다"며 "휴대폰을 통한 소통이 폭력사태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날 긴급각료회의를 개최한 영국정부는 통신회사에 블랙베리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극우단체 영국방위동맹(EDL)이 회원들 1000명을 동원해 질서 유지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폭력사태가 인종 간 갈등으로 비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10일 오전(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4시간 내 물대포를 사용할 수 있다"며 폭력을 적극적으로 진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사회 일부분은 단지 망가진(broken) 것이 아니라 솔직히 말하자면 병이 든(sick) 상황"이라며 "우리는 폭도들에 맞서 싸워야 하고 이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폭도들이 휩쓸고 간 자리를 자발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민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모이고 있다. '폭도 · 대청소(riotcleanup)'라는 트위터 계정의 팔로어 수는 오후 3시 현재 8만6664명에 이르고 200여건의 글이 게시됐다. 시민 봉사단의 페이스북 팬 수는 708명이다.

이번 사태는 흑인 남성 마크 더건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발생했지만 단순히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이 표출됐다는 지적이다.

크리스 그리어 시티대 교수는 "1980~1990년대 인종 차별에서 비롯됐던 폭력사태와는 달리 소외된 젊은이들이 사회 체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저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경쟁에서 패한 자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