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뜨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증시가 급변동하면서 투자자들은 연일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시가 엿새 연속 하락했던 지난 9일 코스피200옵션 거래대금은 6조277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 거래대금이 1일(4715억원)의 10배인 4조7366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가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70선까지 급등하자 개인들은 풋옵션을 매수하며 하락장에 강하게 베팅했다. 이날 개인의 풋옵션 순매수는 4412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반면 외국인은 4979억원 순매도로 맞섰다. 한 전문가는 "며칠 연속 풋옵션에서 '대박'이 나자 개미들이 너도나도 사들여 풋옵션 프리미엄(가격)이 급등했다"며 "그동안 외국인은 비싸게 팔아치워 큰 수익을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부 결과는 10일 엇갈렸다. 개장 초반 지수가 급반등하자 풋옵션을 매수한 개인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다만 이달부터 옵션매수 전용 계좌에도 1500만원의 예탁금이 적용돼 초보투자자들의 참여에 장벽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소액투자자들 사이에서 음성적인 대여계좌 문의가 급증하는 등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예탁금 도입은 도박에 가까운 개인들의 풋옵션 매수를 막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대신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량이 폭증하는 등 '풍선 효과'도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