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신임 사장 후보에 대한 청와대의 검증이 늦어지면서 신임 사장 임명이 무기한 연기됐다. 현 김쌍수 사장의 임기 만료일(8월26일) 이후에나 임명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렸던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안건에서 한전 사장 임명안이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공공기관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자들을 공운위에 올리면 공운위가 내정자를 결정하고 이후 지경부 장관 제청,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하지만 현재 임추위는 한전 사장 후보자를 2배수로 추려 공운위에 명단을 제출했을 뿐 공운위는 내정자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공운위가 이 안건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당초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한전의 사장임명 동의를 위한 주주총회도 연기됐다. 상법상 주총 2주 전까지 후보자의 이름을 공시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9일 공시를 통해 "사장 후보자 결정이 늦어짐에 따라 주총 일시를 변경하며 일시는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자신의 임기 만료일을 넘겨 업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 같은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배경에 대해 "후보자들을 상대로 검증해야 할 사안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임 한전 사장으로는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지경부 관계자는 "후보자의 신분이 빨리 노출되면서 청와대와 정보 당국 등에 각종 투서들이 난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 가지 사안을 검증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청와대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광물자원공사와 석유공사의 경우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라는 명분으로 사장을 연임시켰지만 주목도가 높고 중량감도 있는 한전 사장에 업무 관련성이 별로 없는 인물을 임명할 경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전 사장 선임에 대한 제청권을 갖고 있는 최중경 지경부 장관도 "한전 사장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 영역인 데다 후보자에 대한 언급 자체가 프라이버시 침해일 가능성이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