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피해자 전원에게 피해액의 대부분을 보상해주는 내용의 국회 피해보상안이 여론의 역풍에 부딪혀 백지화될 전망이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기자와 만나 "일이 터질 때마다 특별법을 만드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가의 잘못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배상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기획재정부 복안을 들어보니 다시 논의해야 할 것 같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위안에 법적 보장이 좀 강하게 들어간 만큼 전체회의를 통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당 안팎의 반대 여론을 감안할 때 특위안대로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법을 심의할 정무위원회에도 "특별법이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데다 특정 사태를 위한 법을 만들 수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정조사특위 회의에 출석,"자칫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특별법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내 여야 경제통 의원들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조특위안은 백지화되거나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위의 여야 의원들은 "특위안까지 고려해 정부가 12일까지 안을 다시 마련해오라"고 주문했다.

김형호/박수진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