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中 "성장이 중요하다"
침묵 깬 中 "성장이 중요하다"
"중국은 물가상승 압력과 경제성장 유지,그리고 경제구조 조정 등 세 가지 분야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

원자바오 중국총리는 9일 국무원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물가억제가 최우선 정책과제"라고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했던 것에 비춰보면 확실히 다른 점이 느껴진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전 세계 경기의 동반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가 성장을 거론한 것이 관심을 끈다. 중국이 세계경제의 엔진역할을 해야 한다는'중국 역할론'에 부응하기로 한 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원 총리가 "주요 20개국(G20)의 단합"을 강조한 것에도 눈길이 간다. 선진국 중심의 주요 7개국(G7)은 못 믿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관련국은 책임있는 자세를 취하라"는 그의 말에서도 사고를 친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에 대한 불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원바자오, '물가'에서 돌연 '성장' 강조

원 총리가 이날 국무원 회의에서 미국 등에 재정적자를 줄일 것을 요구한 것은 예상된 발언이다. 그러나 균형성장을 언급한 것은 의외다. 그는 지난 6월 물가상승률이 6.4%로 3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라고 강조했었다. 한 달 만에 성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중대한 변화를 뜻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0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적어도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중국 증권보)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7월을 정점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홍콩중신시화은행의 랴오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경제가 악화되면 오히려 지불준비율을 낮추거나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에 출연, "중국은 혼란기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며 "글로벌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비싸 경기부양 부담

그러나 중국이 2008년 재정지출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긴축기조를 완화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조위안을 도로 항만 등 인프라투자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 등 물가가 폭등하고 지방정부 부채가 10조7000위안에 달하는 등 중국 경제의 뇌관이 됐다.

벤 심펜도르퍼 실크로드협회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중국은 인플레 기대가 높고, 부동산 거품이 있는 데다 국영기업들의 투자도 과잉상태에 있는 등 2008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특히 경기둔화 조짐도 없는데도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