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가까스로 추락을 멈췄다. 하지만 확실한 반등세로 돌아선 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표현을 빌리면 '소폭 반등(mini rebound)' 후 재차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세계 증시가 공황상태를 벗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상승세로 돌아서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강후약' 보인 아시아 증시

10일 아시아 각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 출발했다. 전날 뉴욕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승폭이 줄었다. 한때 4% 이상 상승세를 타다 장 막판 보합세로 돌아선 코스피지수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오전 한때 2% 이상 오르기도 했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05% 상승한 9038.74엔으로 마감했다. 전일 대비 4% 이상 상승하며 문을 연 홍콩 항셍지수 역시 2%대 상승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날 아시아 증시의 추세가 현 장세를 내다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을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공포에서는 벗어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증시를 낙관하지는 못하는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술적 반등 vs 하락장의 끝

FT는 1956년 이후 S&P500지수가 폭락한 8차례의 사례를 기초로 증시가 하락장에 진입하면 전 고점 대비 15개월간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세계 주요 증시는 올 4월에 전 고점을 찍은 만큼 앞으로도 수개월간 하락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 움직임도 비슷한 신호를 준다. 코스피지수는 기아차 사태 등으로 1997년 6월17일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이후 그해 12월12일까지 148거래일간 떨어졌다. 이 기간 하락률은 55.7%에 달했다. 3개월 뒤 짧은 반등이 찾아와 63.78% 뛰었으나 다시 하락해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하는 데 2년이 걸렸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비슷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코스피지수는 10월24일까지 50.2% 떨어졌다. 다음달 5일 일시 반등(상승률 25.85%) 보름 만에 재차 하락했다. 이를 근거로 코스피지수가 전 고점인 2200선을 탈환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론도 있다. 최근의 주가 급락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나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맞먹는 사태로 이어지지 않는 한 비슷한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대외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듯

글로벌 증시는 당분간 각종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과 유럽의 정책이나 중국의 움직임 등에 영향받을 공산이 크다. 당장은 이번주 진행될 미 국채 입찰이 성공할지가 변수다. 현재로선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실패로 끝나면 주가는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영국과 프랑스로까지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주목해야 한다.

이달 중 가장 큰 변수는 26일 예정된 잭슨홀미팅에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어떤 발언을 할지다. 버냉키 의장이 제3차 양적완화를 포함한 추가 조치를 언급하면 글로벌 증시는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

당분간 국내 증시도 국내보다는 국제 이슈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