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로금리를 최소 2년간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뒤 국채 가격이 뛰고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안전자산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12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29.80달러(1.7%) 오른 온스당 1743달러를 기록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013년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금으로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대런 헤스코트 인베스텍뱅크 대표는 "미국의 제로금리가 계속되고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한 금값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 국채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한때 연 2.04%까지 내려가 2008년 12월 최저치 기록을 경신한 뒤 전날보다 0.041%포인트 하락한 2.275%로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래도 믿을 건 미 국채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시카 SICA웰스매니지먼트 회장은 "FOMC 소식에 실망한 환투자자들이 달러를 투매했다"며 "앞으로 미국의 경기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프랑 가치도 이날 3% 오른 1유로당 1.0380스위스프랑에 거래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25%나 오른 것이다. 달러화 대비 스위스프랑도 전날보다 4.2% 뛴 0.7235스위스프랑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로 상승했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지난주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수출 기업들에 미치는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정부 개입을 시사했다.

한편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된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감소하면서 전날보다 2.01달러(2.5%) 떨어진 배럴당 79.3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9월물도 1.55달러(1.49%) 하락한 배럴당 102.19달러를 기록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