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 가격 인상을 요구해온 한국낙농육우협회 소속 낙농가 6000여곳이 10일 우유업체에 원유 공급 거부를 강행했다. 낙농가와 우유업체 간 협상은 이날 정부의 중재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또 결렬돼 우유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날 낙농가와 우유업체 대표들은 서울 양재동 낙농진흥회에서 전날 오후부터 25시간 이상 이어진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양측은 내부 의견을 정리해 11일 오후 2시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문제풍 낙농진흥회 회장은 "정부가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130원 인상하는 동시에 체세포 2등급 원유에 주는 가격 프리미엄을 현행 23.69원에서 47원으로 확대함으로써 ℓ당 8원의 추가 인상 효과를 주자는 중재안을 냈다"며 "양측이 내부 논의 후 다시 협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접촉에서 낙농가들은 당초 ℓ당 173원에서 한발 물러나 160원 인상안을 내놨고,우유업체들도 81원에서 좀 더 양보한 12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업계에선 11일 정부 중재안에 근접한 수준에서 타결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낙농육우협회 측은 협상 참여와는 별개로 당초 공언대로 이날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전날 전 회원에게 배포한 '납유거부 투쟁지침'에 따라 우유업체 집유차의 목장 진입을 원천 봉쇄한 것.

이에 따라 서울우유 남양유업 등 주요 업체들은 이날 원유를 공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비축해둔 재고분으로 공장을 가동했다. 다만 상당수 농민들은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감안해 투쟁지침과 달리 생산된 원유를 폐기하진 않고 1~2일분까지 저장이 가능한 냉장시설에 비축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11일에도 협상이 불발될 경우다. 이렇게 되면 우유업체의 흰우유 출고량이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업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11일부터 유제품 반입량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유값 인상폭이 ℓ당 120~160원 사이에서 결정된다면 각종 유제품 가격은 흰우유 1ℓ를 기준으로 300~500원씩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2200~2300원 선인 1ℓ짜리 흰우유값이 2000원 후반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즈 등 다른 유제품 가격도 인상 압박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3000원대 후반에 팔리고 있는 최고급 프리미엄 유기농 우유 1ℓ는 4000원대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