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계획이 마련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던 서울 개포지구가 부분임대 논란으로 시끄럽다. 부분임대는 전용 85㎡ 이상 아파트의 방 한 칸을 임대로 쓸 수 있도록 출입문을 따로 내고 화장실 등을 별도로 설치하는 주택 형태다. 부분임대를 넣은 재건축 계획안이 공람되자 개포시영 등의 주민들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서울시와 재건축추진위원장을 성토하고 나섰다.

부분임대가 논란을 빚는 것은 서울시가 법적 근거도 없이 사실상 강제하고 있어서다. 재건축 · 재개발 관련 법률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나 '임대주택법' 등 관련법 어디에도 부분임대란 개념은 없다. 국토해양부가 부분임대의 경우도 주차장 등 부대복리시설을 1세대 기준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계획승인 업무처리 지침'을 지난 5월 마련한 게 전부다.

서울시는 "말 그대로 부분임대를 권고하는 것일 뿐"이라며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넣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주민이나 추진위는 없다. 중대형 평형의 20%를 부분임대로 지을 것을 권고받은 개포지구 추진위들은 단지별로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의 부분임대를 도입하는 내용의 재건축안을 마련해 주민공람을 하고 있다. 한 추진위원장은 "부분임대를 넣지 않으면 서울시가 건축심의 등 향후 재건축 사업절차에서 퇴짜를 놓을 것이 뻔하다"며 "일부라도 수용해야 재건축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 확실해 울며 겨자 먹기로 부분임대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도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부분임대를 도입하지 않으면 인허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지역 이기주의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임대아파트가 늘어나면 동네 이미지가 나빠지고 집값도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반대한다는 지적이다.

늘어나는 1~2인 가구와 전세난에 대비하기 위해 부분임대는 불가피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법에서 규정한 임대아파트를 모두 짓는 마당에 법적 근거도 없는 부분임대를 더 짓는 것을 환영할 주민이 과연 있을까. 서울시는 지나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주민들이 '임대'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만큼 '가변형 아파트'란 용어를 도입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조성근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