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8월12일,IBM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연회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필립 에스트리지 부사장은 이날 새로운 개인용 컴퓨터를 발표했다. 모델명 'PC 5150'(사진).오늘날 개인용 컴퓨터를 가리키는 일반명사 'PC(personal computer)'의 첫 모델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 컴퓨터는 인텔이 만든 4.77㎒ 8088 프로세서와 64킬로바이트(KB) 메인 메모리가 장착돼 있었다.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와 83키 키보드,흑백 모니터가 기본으로 달려 있었다. 하드디스크나 CD롬드라이브 등 저장 장치는 물론 마우스도 없었다. 가격은 1565달러.그 당시와 현재 컴퓨터 속도를 비교하기란 쉽지 않지만 단순히 CPU의 클럭 숫자만 해도 수백 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PC가 출시될 당시만 해도 데스크톱 시장의 최강자는 애플이 1977년에 만든 '애플 Ⅱ'였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이 컴퓨터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IBM이 PC를 출시하면서 데스크톱 시장의 판세가 바뀌게 됐다. 애플 컴퓨터와 호환되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제작하려면 애플이 제시한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 했다.

반면 IBM은 PC의 구조와 설계방식을 모두 공개했다. IBM이 아니더라도 PC와 호환이 가능한 본체와 주변기기,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설계해 생산할 수 있었다. 많은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PC와 호환되는 컴퓨터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IBM은 1986년까지 24만2000여대의 PC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1981년 8월 출시 이후 1주일 만에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컴팩,델과 같은 컴퓨터 제조업체가 가세하면서 판매량은 더욱 급증했다. 1983년 12월에 미국 타임지(紙)는 올해의 인물로 PC를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1985년 애플은 경영 실패 책임을 물어 스티브 잡스를 애플에서 쫓아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