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문양 정장,실크 넥타이,차이나 칼라 셔츠….' 명품 신사복 시장에 '오리엔탈(동양) 바람'이 불고 있다. 전 세계 신사복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들이 올 가을 · 겨울 신사복 신제품에 동양적인 분위기의 디지인을 대거 도입했다.

색상도 빨강 금색 등 화려한 컬러를 잇따라 채택했다. 검정 회색 등 단색 위주의 클래식한 정장 디자인을 강조해온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들이 디자인에 본격적인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신사복 업체인 에르메네질도제냐(제냐 · 사진)의 변신이 두드러진다. 검정 · 회색 계통의 단색 의상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최근 2011년 가을 · 겨울 패션쇼를 통해 대나무 문양 정장,금색 계열의 실크 안감을 넣은 외투,빨간색 넥타이 등을 선보였다.

제냐의 핵심 디자인 컨셉트는 대나무다. 대나무 마디가 끊어진 데서 착안한 스트라이프 문양의 정장과 셔츠,넥타이 등을 내놨다. 금색 계열의 실크 넥타이,파노라마 우븐 니트 등도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기도록 했다. 모두 중국인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상이라는 게 패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제냐 관계자는 "내달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진출 20주년 기념 패션쇼를 열고 한국에도 오리엔탈 느낌을 강조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브리오니와 발리도 동양적인 디자인의 잡화류를 올 가을 대거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브리오니는 동물의 뼈 모양을 본뜬 목걸이와 골드 색상의 남성용 팔찌(뱅글) 등을 대표 상품으로 제시했다. 아시아권에서 선호하는 부드러운 촉감의 가죽장갑을 퍼플 그린 등 화려한 색상으로 제작했다고 브리오니 관계자는 밝혔다.

발리는 최근 국내에서 연 가을 · 겨울 컬렉션에서 자연스러운 느낌의 빈티지한 가죽 제품류를 선보였다. 빈티지한 갈색 가죽가방과 구두,빨간색 포인트를 준 스니커즈 등은 한국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시아권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빨간색의 울 소재 니트와 모자,머플러 등도 내달 국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명품 업체가 동양적인 디자인을 잇따라 도입한 것은 명품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권 소비자를 잡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