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법안, 견제의견 적극 낼 것"
정선태 법제처장(사진)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늘어나고 있는 포퓰리즘 법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견제 의견을 내겠다"고 11일 말했다.

정 처장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8일 현재 18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 1만603건 중 32%인 3425건이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예산 낭비 소지가 있는 법안들은 정부입법정책협의회를 통해 수시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관련 부처에 통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제처는 정부가 만든 법안을 검토하고 국회의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사실상 모든 법안들을 스크린한다.

정 처장은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의 법제적 전문성이 부족해 상당수 법안의 법적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수정 · 검토하는 과정에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예산도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당에 법제 전문가들을 파견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공무원 교육을 위해 법제교육원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처장은 우리나라 법제도 시스템은 아직 '중진국'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10위권에 안착했고 전체적인 국가 평가도 20위 수준이지만 법제도는 50위권 밖"이라고 말했다. 새 법안들은 쏟아져 나오지만 정밀한 법제 검토가 부족하고 불필요한 법안들에 대한 '잔가지 치기'를 안하다 보니 내용이 얽히고 중복된 것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 처장은 취임 후 '법제도 선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낡은 법령을 없애고 불필요한 하위 법령을 통합하는 등 체계를 간결하게 바꾸는 것이 골자다. 그는 "법제도 선진화의 일환인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과제는 법률 단계에 대한 정리 작업을 대략 마무리했고 올해부터 시행령,시행규칙 등을 손보고 있다"며 "이 작업이 끝나면 국민들도 '법이 쉬워졌다'고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규제 개혁도 그가 힘을 쏟은 분야다. "법이 정한 조건에 부합해야 허용한다"는 식의 규제를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가한다"로 바꾼 '원칙허용 규제체계'가 대표작이다. 정 처장은 "보육시설 설치 인가와 관련된 규제 하나만 '원칙적 허용'식으로 바꿔도 3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는 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있다"며 "규제를 푸는 것이 일자리를 늘리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적인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 추진에도 국민들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법 체계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잇속 챙기기가 걸림돌"이라고 했다. 정 처장은 "법령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을 다 합쳐도 4100건 정도지만 지자체의 자치 법규는 7만6000여건에 이른다"며 "결국 자치 법규가 개선돼야 국민들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 완화는 지자체 공무원의 권한 축소로 이어지다 보니 잘 바꾸려 하지 않는다"며 "이를 개선하는 것도 남은 임기 동안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헌법 119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국가가 경제에 대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2항은 경제 활동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는 1항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예외적이고 보충적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안보 등 필요한 경우에만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제한하더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37조2항과 연계해 생각하면 쉽게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껏 노력한 결과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우리 법제도를 배우기 위해 많이 찾아온다"며 "11월 열리는 아시아법제정보포럼에선 빠른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우리 법제 시스템을 '수출'할 것"이라고 했다.

△광주(55) △서울대 법대 대학원 △서울고검 검사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 및 국가경쟁력위원회 파견 검사 △법제처장

남윤선/홍영식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