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엔 어떤 곳에서 얼마만큼의 비가 올지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기상청이 오보를 낸 게 아닙니다. "(기상청 관계자)

지난 9일 전북 정읍에 1969년 관측 이래 하루 강수량으로는 최고치인 420㎜가 내린 것을 비롯해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2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집중호우가 내리기 하루 전인 8일 "남부지역에 9일 최대 200㎜,평균 40~12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었다. 실제 내린 강수량은 기상청 예보량의 두 배를 웃돌았다.

기상청은 지난달 말 서울 등 중부지역을 강타한 폭우 때도 최대 150㎜ 정도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지만,실제 강수량은 400㎜를 넘었다. 최근 보름 새 두 차례 집중 호우에 대한 예보가 모두 빗나간 것이다. 날씨 예보가 자주 틀리다보니 "기상청이 오보 내는 것보다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더 큰 뉴스"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기상청은 최근 보름 새 두 번의 오보에도 불구하고 사과나 최소한의 유감 표현조차 내놓지 않았다. 대신 "요즘과 같은 강수 형태에선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의 비가 내릴지 현재 과학기술로는 100%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변명만 늘어놨다.

기상청 관계자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더라도 정확한 날씨예보를 하려면 현재의 날씨 현황을 자세히 측정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 예보관은 "기상청은 오보를 낸 적이 없고 정확한 날씨예보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상청의 해명을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자연의 영역에 대해 100% 정확하게 예측하긴 힘들다는 점도 일리는 있다. 게다가 기상이변으로 예보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상청이 간과한 게 있다. 최근의 집중호우는 70여명의 인명 피해와 수백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가정이지만 기상청이 제대로 예보만 했으면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과는커녕 "정확한 날씨 예보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폭우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기상청은 생각해 봤을까.

기상청은 변명하기에 앞서 오보를 낸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예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순리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