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25)는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 '괴물'로 통한다. 단점이 거의 없고 국내와 일본에서도 그를 당해낼 선수가 드물기 때문이다. 국내 남자프로골프의 양대 산맥인 최경주(41)와 양용은(39)을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경태는 지난주 월드골프챔피언십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6위에 올랐다. 메이저대회와 특급대회만 뛰면서 1년 만에 '톱10'에 진입하기는 김경태가 처음이다. 그의 성공 비결은 뭘까.

◆더 이상 단타자가 아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른 뒤 프로가 된 김경태는 2007년 국내에서 3승을 올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김경태는 그해 국내 대회에 출전한 최경주와 함께 라운드했다. 김경태를 처음 본 최경주는 "볼이 너무 가볍다. PGA투어에서 살아남으려면 거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배의 조언을 듣고 김경태는 그때부터 거리를 늘리기 위한 스윙 교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스윙을 바꾼 채로 대회에 출전하면서 갑자기 성적이 뚝 떨어졌다. 부랴부랴 예전 스윙으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새로운 스윙과 뒤죽박죽이 돼 버렸다.

우승 없이 두 시즌을 보내고 지난해 병역 특례를 받기 위해 4주간 군에 입대했다. 훈련을 마친 뒤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그는 거리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그랬더니 거리가 늘었다. 그때부터 투어 평균 수준인 290야드를 치기 시작했다.

김형성 프로는 "김경태가 거리가 늘기 전에도 '괴물'이었는데 거리가 늘다 보니 이젠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아저씨 같다

김경태는 나이에 비해 노련한 '베테랑' 소리를 자주 듣는다. 강욱순 프로는 "김경태는 단점이 없다. 비슷한 연배의 선수들은 어딘가 하나씩 단점이 보이지만 김경태에게는 그런 걸 찾아볼 수 없다. 드라이버샷도 안정돼 있고 아이언샷도 일품이다. 특히 퍼팅을 너무 잘한다"고 극찬했다. 성격도 원만해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김경태의 또 다른 장기는 쇼트게임이다. 지난달 한 · 일골프대항전에 참가한 양용은은 김경태를 보고 "안 보는 사이 골프 실력이 더 는 것 같다"며 "분명히 보기를 하거나 잘해야 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경태는 버디를 잡아낸다"고 말했다.

김경태의 중 · 고교 선배이자 일본투어에서 '단짝'처럼 지내는 김성윤 프로는 "게임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즐기면서 골프를 치는 진짜 프로다. 산전수전 다 겪은 40대 아저씨 같다"고 설명했다.

◆거리 내는 비결은 '순발력'

김경태의 스윙은 매우 느린 것처럼 보인다. 최근 스윙 트렌드가 백스윙을 빨리해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김경태의 백스윙은 느린 축에 속한다. 중학교 때부터 김경태를 지도해온 한연희 골프 국가대표 총감독은 "김경태는 순발력이 뛰어나다. '테이크 백'을 천천히 해 스윙 템포는 빠르지 않지만 임팩트 순간 헤드 스피드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매우 빠르다"고 평가했다.

한 감독은 "다만 손목을 많이 쓰는 편인데 훗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손목을 덜 쓰는 스윙으로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