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에 발목 잡힌 중앙은행제도의 위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중정치가 화폐의 타락을 강요…양적완화는 부패 합리화에 불과
미국 정부가 3차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잇따라 나온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향후 2년 동안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라 무게가 더 실리는 양상이다. 미 경제가 2년간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니 또다시 돈을 풀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의회는 국가 부채한도를 향후 10년간 2조4000억달러 증액해 놓은 마당이다. 재정자금이 모자란 미 정부는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를 중앙은행이 매입하면서 무제한적으로 돈을 풀게 된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정부에 돈을 대주게 되면 화폐가치는 당연히 떨어진다. 이른바 국가에 의한 화폐의 타락이다.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를 살린다는 주장은 케인스의 유효수요 이론에서 나온 것이지만, 정작 수요확대 효과는 불분명한 채 종이 돈의 과잉상태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되풀이되고 있는 역사다. 미국이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모두 2조3000억달러,그리고 경기부양자금 7480억달러까지 합치면 3조달러 이상을 풀었지만 경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3차 양적완화가 시행되면 과거 1970년대와 같은 불황속 인플레이션,즉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에 더욱 노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달러화의 금 태환을 정지했던 것이 제1차 달러의 타락이라면 양적완화는 제2차 달러의 몰락이다. 당시 달러에 주어졌던 명예로운 족쇄이기도 했던 35달러 대 금 1온스의 교환비율이 해제되면서 달러는 극적으로 공급제한이 풀려 종이로 전락해갔던 것인데 이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종이조각으로 변해갈 모양새다. 그림은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를 분명히 보여준다. 다른 통화에 대해서는 또 그렇다 하더라도 금이나 원자재 등 실물에 대해서는 더욱 빠른 가치하락,다시 말해 인플레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앙은행 제도는 통화가치의 안정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로 창설된 것이다. 중앙은행에 명예로운 족쇄를 채워 정치에서 분리해냄으로써 통화가치 하락을 막자는 것은 지금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본 정신이다. 방만하게 늘어난 국가 부채를 국채매입으로 막아주면서 정치적 방종과 부패를 합리화해주는 따위는 중앙은행의 창설 정신과 사실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만일 그런 유혹에 빠진다면 중앙은행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뿐인 정치적 아첨꾼이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고 만다. 중앙은행이 만들어진 것 자체가 정치로부터 경제를 분리해 시장원리를 지키고자 하는 오랜 노력의 결실이었다. 밀턴 프리드먼이 자의적 통화공급을 억제하기 위한 준칙주의를 제안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물가목표관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가 뿌리는 마약이 중앙은행을 통해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는 식이라면 이는 중앙은행 제도의 몰락에 불과하다. 포퓰리즘 정책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정치는 더욱 더 많은 화폐 살포를 요구할 것이 뻔하다. 대중민주주의가 화폐의 타락을 초래하는 이런 상황은 결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포퓰리즘의 시대일수록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 더욱 요망된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의 하나라는 중앙은행 제도가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정부에 돈을 대주게 되면 화폐가치는 당연히 떨어진다. 이른바 국가에 의한 화폐의 타락이다. 정부 지출을 늘려 경기를 살린다는 주장은 케인스의 유효수요 이론에서 나온 것이지만, 정작 수요확대 효과는 불분명한 채 종이 돈의 과잉상태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되풀이되고 있는 역사다. 미국이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모두 2조3000억달러,그리고 경기부양자금 7480억달러까지 합치면 3조달러 이상을 풀었지만 경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3차 양적완화가 시행되면 과거 1970년대와 같은 불황속 인플레이션,즉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에 더욱 노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달러화의 금 태환을 정지했던 것이 제1차 달러의 타락이라면 양적완화는 제2차 달러의 몰락이다. 당시 달러에 주어졌던 명예로운 족쇄이기도 했던 35달러 대 금 1온스의 교환비율이 해제되면서 달러는 극적으로 공급제한이 풀려 종이로 전락해갔던 것인데 이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종이조각으로 변해갈 모양새다. 그림은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를 분명히 보여준다. 다른 통화에 대해서는 또 그렇다 하더라도 금이나 원자재 등 실물에 대해서는 더욱 빠른 가치하락,다시 말해 인플레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앙은행 제도는 통화가치의 안정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로 창설된 것이다. 중앙은행에 명예로운 족쇄를 채워 정치에서 분리해냄으로써 통화가치 하락을 막자는 것은 지금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본 정신이다. 방만하게 늘어난 국가 부채를 국채매입으로 막아주면서 정치적 방종과 부패를 합리화해주는 따위는 중앙은행의 창설 정신과 사실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만일 그런 유혹에 빠진다면 중앙은행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뿐인 정치적 아첨꾼이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고 만다. 중앙은행이 만들어진 것 자체가 정치로부터 경제를 분리해 시장원리를 지키고자 하는 오랜 노력의 결실이었다. 밀턴 프리드먼이 자의적 통화공급을 억제하기 위한 준칙주의를 제안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물가목표관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가 뿌리는 마약이 중앙은행을 통해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는 식이라면 이는 중앙은행 제도의 몰락에 불과하다. 포퓰리즘 정책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정치는 더욱 더 많은 화폐 살포를 요구할 것이 뻔하다. 대중민주주의가 화폐의 타락을 초래하는 이런 상황은 결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포퓰리즘의 시대일수록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 더욱 요망된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의 하나라는 중앙은행 제도가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