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가 우유업체에 원유(原乳) 공급을 중단한 지 이틀째인 11일 일부 우유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등 생산 차질을 빚었다. 우유업체들은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 12일 흰우유 공급을 크게 줄이거나 최악의 경우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선 12일 판매할 우유를 거의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우유업체 생산량 일제히 '뚝'

매일유업은 이날 오전 흰우유 출고량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었으며 오후에는 지난 9일까지 확보했던 원유가 거의 소진되면서 대부분의 생산라인 가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 공장 가동률도 80% 이하로 떨어졌다.

남양유업은 이날부터 제과점 커피전문점 등을 상대로 한 B2B(기업 간 거래)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흰우유를 정상 공급하는 데 주력하기 위해 다른 유제품군의 생산량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빙그레는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흰우유 생산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확보한 원유의 대부분을 주력 제품인 '바나나맛우유'와 '요플레'로 돌려 쓰고 있다. 파스퇴르 등 중소업체들도 공장 가동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우유업체들이 가정과 소매점에서의 우유 대란을 막는 데 집중하면서 이날까지 사재기 등 큰 혼란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동서식품이 프리미엄급 캔커피 'T.O.P' 가운데 우유가 들어가는 일부 제품 생산을 중단하는 등 다른 식품업체로 파장이 확산되는 조짐이다.

◆우유대란 임박…심각해진 유통업계

생산량이 줄어들자 국내 우유시장 '빅3'인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은 12일부터 편의점과 제과점 커피전문점 등에 대한 우유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고,각 고객사에 이런 방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우유업체 관계자는 "주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형마트,슈퍼마켓과 가정 배달망에 물량을 최우선 배정하기 위한 조치"라며 "편의점과 B2B는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판매 비중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에서도 12일 오전에는 각 우유업체 대리점으로부터 입고되는 물량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서울우유는 평소 물량의 50%,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10% 정도만 공급될 것으로 예측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유제품 담당 MD는 "현재 공장 가동률과 재고를 감안하면 오전부터 우유가 동날 가능성이 높다" 고 전했다.

한편 일부 낙농가는 낙농육우협회의 원유 공급 중단 방침을 거부하고 우유업체에 원유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업체는 집유 거부 투쟁이 진행된 이날에도 제한적이나마 일정량의 원유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우/조미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