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이틀째 상승하며 일단 안정을 되찾았다. 코스피지수가 끝모르고 하락하는 상황에서 어쩔 줄 몰랐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숨 돌릴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개인들의 자산운용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증시가 'V'자(字) 회복을 그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증시 급락으로 인해 당분간 금리인상 여지도 줄었다. 한국은행은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했다.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동반 침체조짐을 보이면서 이런 환경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자산 포트폴리오도 여기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자산중 위험자산 비중을 10%대로 낮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조정 장기화될 수도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코스피지수 조정은 그해 10월부터 본격화됐다. 10월24일엔 938.75까지 추락했다. 작년 10월6일(1903.95)이 돼서야 전고점인 2008년 5월 수준(1888.88)을 되찾았다. 2년5개월이 지나서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털어낼 수 있었다.

'개미'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증시 회복세는 이보다 더 길었을 수도 있다. 증시가 2009년 9월 하순부터 소규모 조정에 들어가 11월 말까지 이어지면서 이 기간에 10% 가까이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증시도 마찬가지다. 단기급락한 만큼 반등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조정은 의외로 길어질 수도 있다. 이상수 신한은행 서초PB센터장은 "리먼사태 때 학습효과가 있어 이번 조정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짧아질 수 있지만 '1년 정도 주식투자를 쉬겠다'는 생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비중 높여야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하반기 조사해 발표한 '주요국 가계금융자산 비교' 자료에 따르면 한국가계의 전체 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4%였다. 이 가운데 예금 등 안전자산이 70.6%,주식 등 위험자산이 28.4%,기타 투자자산이 1.0%를 차지했다. 한국가계의 금융자산 가운데 안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시기 미국의 14.7%와 비교해 훨씬 높아 평소 전문가들은 이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왔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비상시국'에는 오히려 안전자산 비중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당분간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10%대로 낮추고 안전자산 비중을 그만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염두에 둬야 할 점은 가입기간을 3~6개월로 짧게 가져가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자산을 가입기간 1년 이상 상품에 넣어둘 경우 자금이 묶여 증시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연 4% 초반대에 선보이고 있는 3개월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은 짧은 기간에 굴리면서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들이다.

◆'차 · 화 · 정'보다 내수주 위주로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주식 직접투자나 펀드투자에서 완전히 발을 빼서는 곤란하다. 안전자산 일변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수익률이 너무 낮아져 나중에 충분한 은퇴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어떤 업종을 투자 '타깃'으로 잡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한창이다. 다만 최근 수익률만 놓고 보면 자동차(차) · 화학(화) · 정유(정)보다 내수주가 유리할 전망이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가 급락하는 가운데서도 내수주는 선방했다"며 "내수주는 글로벌 경기악화로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실적도 당분간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