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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여친’ 잡으려고 가산 탕진하다
개인적으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등장하는 수많은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적이면서 문학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섯째 날 아홉번째’이야기다.이 에피소드는 어느 귀족부인을 사모해 “가산을 탕진한”한 ‘지고지순한(?)’사나이의 러브스토리로 구성돼 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 피렌체에 페데리고라는 청년이 살았다.그는 피렌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인 조반나를 짝사랑했다.그는 조반나 부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창시합과 무술대회를 자주 열었다.걸핏하면 성대한 무도회나 잔치를 열어 그녀에게 마음을 전했다.
또 돈을 아끼지 않고 온갖 아름다운 보석과 선물을 마련해 그녀에게 보냈다.그러나 아름다운 미모만큼 절개가 굳은 조반나 부인은 지나친 친절을 베푸는 그 남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하지만 '데카메론' 속 에피소드에서 그녀가 받은 선물을 돌려줬다는 표현 역시 나오지 않는다.)
결국 계속된 선물과 잔치로 재산을 탕진한 페데리고는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단인 작은 농장과 진기한 매 한마리만 수중에 남게 됐다.그는 시골로 내려가 한가로이 매사냥을 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 조반나 부인은 남편을 잃었고,우연히 페데리코가 사는 곳 근처로 이사를 가게됐다.조반나 부인의 어린 아들은 시골에서 여기저기 뛰어놀다가 페데리고가 진기한 매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됐고,그것을 갖고 싶어했다.그러던 중 아이는 중병에 걸리게 됐고,소원으로 “페데리고의 매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조반나 부인은 고심끝에 페데리고를 찾아갔다.매가 이제 가난해진 페데리고의 생계수단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죽어가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했다.조반나 부인은 매를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페데리고의 집을 방문했다.
영문을 모른 채 연모하는 여인이 집을 방문하자 페데리고는 감격했다.하지만 대접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아끼는 매를 잡아서 부인을 대접했다.식사가 끝난뒤 “매를 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듣고,페데리고는 울음을 터뜨린다.
“많은 재산을 지니고 있었을 때엔 부인이 한번도 초대에 응해주지 않았고,막상‘쉽게 들어줄 수 있는’부탁을 하러 자신의 집을 방문했을 때엔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결국 조반나 부인은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왔고,아들은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이후 세월이 흘러 부인이 재혼을 하게 됐을 때 조반나 부인은 빈털터리 페데리고를 남편감으로 선택한다.페데리고는 부인의 재산으로 다시 부자가 됐다.
아주 단순한 스토리를 지닌 짤막한 글이지만,한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는 글이다.아마 지고지순한 일방적인 사랑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보카치오가 ‘여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가산을 탕진하고도 후회하지 않는 남자’를 만들어냈을 것이리라.실제 원작을 읽다보면 페데리고 라는 사람이 바보 같다는 생각 보다는 순수한 마음을 지녔다는 생각이 주로 들게 된다.
또 바보 같을 정도로 일방적인 구애와 그에 따른 가산탕진을 한 페데리고의 행동에 대해 결국 “부인의 재산으로 다시 부자가 됐다”는 보상을 부여하는 전통사회 특유의 해피엔딩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기도 하다.어쨌든 간에 진부한 주제,비현실적인 인물을 상정해 인상적인 문학작품을 만들어낸 것은 보카치오의 뛰어난 능력일 듯 싶다.
다만 문득 드는 생각이 예전 서양 사회에서도 “여자 마음을 잡기위해 남자가 이것저것 다 사준다”라는 인식(실제 그랬는지 여부는 별개로 하고)이 있식이 있었던 점만은 확실한 듯 하다.최근 온라인 상에서 남자친구에게 결제를 맡겨버리는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도 있다고 하고,데이트 비용 지불 문제를 놓고 남녀간 의견차는 해결을 볼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각종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강조되는 것은 남자의 경제력이기도 한데.
온라인상 접하는 정보만 보다보면 보카치오가 문학의 소재로 썼던 ‘여심잡기 위한 가산탕진’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선 어느정도 현실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정말로 그런걸까.
<참고한 책>
보카치오, 데카메론-하, 이종원 옮김, 혜원출판사 1993
☞김동욱 기자의 블로그 바로가기
개인적으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등장하는 수많은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적이면서 문학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섯째 날 아홉번째’이야기다.이 에피소드는 어느 귀족부인을 사모해 “가산을 탕진한”한 ‘지고지순한(?)’사나이의 러브스토리로 구성돼 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 피렌체에 페데리고라는 청년이 살았다.그는 피렌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인 조반나를 짝사랑했다.그는 조반나 부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창시합과 무술대회를 자주 열었다.걸핏하면 성대한 무도회나 잔치를 열어 그녀에게 마음을 전했다.
또 돈을 아끼지 않고 온갖 아름다운 보석과 선물을 마련해 그녀에게 보냈다.그러나 아름다운 미모만큼 절개가 굳은 조반나 부인은 지나친 친절을 베푸는 그 남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하지만 '데카메론' 속 에피소드에서 그녀가 받은 선물을 돌려줬다는 표현 역시 나오지 않는다.)
결국 계속된 선물과 잔치로 재산을 탕진한 페데리고는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단인 작은 농장과 진기한 매 한마리만 수중에 남게 됐다.그는 시골로 내려가 한가로이 매사냥을 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 조반나 부인은 남편을 잃었고,우연히 페데리코가 사는 곳 근처로 이사를 가게됐다.조반나 부인의 어린 아들은 시골에서 여기저기 뛰어놀다가 페데리고가 진기한 매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됐고,그것을 갖고 싶어했다.그러던 중 아이는 중병에 걸리게 됐고,소원으로 “페데리고의 매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조반나 부인은 고심끝에 페데리고를 찾아갔다.매가 이제 가난해진 페데리고의 생계수단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죽어가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심했다.조반나 부인은 매를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페데리고의 집을 방문했다.
영문을 모른 채 연모하는 여인이 집을 방문하자 페데리고는 감격했다.하지만 대접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아끼는 매를 잡아서 부인을 대접했다.식사가 끝난뒤 “매를 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듣고,페데리고는 울음을 터뜨린다.
“많은 재산을 지니고 있었을 때엔 부인이 한번도 초대에 응해주지 않았고,막상‘쉽게 들어줄 수 있는’부탁을 하러 자신의 집을 방문했을 때엔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결국 조반나 부인은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왔고,아들은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이후 세월이 흘러 부인이 재혼을 하게 됐을 때 조반나 부인은 빈털터리 페데리고를 남편감으로 선택한다.페데리고는 부인의 재산으로 다시 부자가 됐다.
아주 단순한 스토리를 지닌 짤막한 글이지만,한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는 글이다.아마 지고지순한 일방적인 사랑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보카치오가 ‘여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가산을 탕진하고도 후회하지 않는 남자’를 만들어냈을 것이리라.실제 원작을 읽다보면 페데리고 라는 사람이 바보 같다는 생각 보다는 순수한 마음을 지녔다는 생각이 주로 들게 된다.
또 바보 같을 정도로 일방적인 구애와 그에 따른 가산탕진을 한 페데리고의 행동에 대해 결국 “부인의 재산으로 다시 부자가 됐다”는 보상을 부여하는 전통사회 특유의 해피엔딩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기도 하다.어쨌든 간에 진부한 주제,비현실적인 인물을 상정해 인상적인 문학작품을 만들어낸 것은 보카치오의 뛰어난 능력일 듯 싶다.
다만 문득 드는 생각이 예전 서양 사회에서도 “여자 마음을 잡기위해 남자가 이것저것 다 사준다”라는 인식(실제 그랬는지 여부는 별개로 하고)이 있식이 있었던 점만은 확실한 듯 하다.최근 온라인 상에서 남자친구에게 결제를 맡겨버리는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도 있다고 하고,데이트 비용 지불 문제를 놓고 남녀간 의견차는 해결을 볼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각종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강조되는 것은 남자의 경제력이기도 한데.
온라인상 접하는 정보만 보다보면 보카치오가 문학의 소재로 썼던 ‘여심잡기 위한 가산탕진’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선 어느정도 현실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정말로 그런걸까.
<참고한 책>
보카치오, 데카메론-하, 이종원 옮김, 혜원출판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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