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유럽 은행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시장은 싱가포르와 홍콩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시장에 풀려 있는 돈의 상당 부분이 유럽계 자금이기 때문이다.

12일 국제결제은행(BIS)과 노무라증권이 아시아 국가(일본 제외)를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싱가포르 자금 시장에서 유럽 은행들의 돈은 602억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의 25.5%를 차지했다. 재무 상황이 취약해진 유럽 은행들이 대출 회수에 나서 모든 돈을 본국으로 빼간다면 싱가포르 GDP의 4분의 1이 날아가는 셈이다.

홍콩도 상황은 비슷하다. 홍콩의 투자자와 은행 등이 유럽 은행에서 빌려온 자금은 537억달러로 GDP의 23.9%에 달했다. 유럽 은행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 직격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중국 시장 내 유럽 은행 자금은 724억달러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았다. 그러나 GDP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1.2%로 낮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640억달러(GDP 대비 6.2%),인도는 539억달러(4.3%),대만은 264억달러(5.9%)를 유럽 은행들로부터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 지역 국가에 풀려 있는 프랑스 은행들의 차입금은 1000억달러에 이르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들을 모두 합하면 그 금액은 3500억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샌제이 마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아시아 연구원은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 자금은 전체 해외 자금 중 7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