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은행 위기'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형 은행들은 숙명적으로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의 채권을 떠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시한폭탄을 등에 지고 있는 데다 BNP파리바 등 유럽의 대표적 은행조차 자기자본비율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치에 못 미친다. 미국 투자자문사 어드바이저리그룹의 메러디스 휘트니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은 수익 기반에 비해 과도한 비용구조를 가졌다"며 "영업을 할수록 손해만 늘어 정부 지원에 기대는 좀비들"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은 작년 말 기준 25억유로가량의 그리스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 보유액은 33억유로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의 그리스 채권 보유액은 50억유로,이탈리아 채권 보유액은 241억유로다.

FT는 유럽 은행들이 바젤Ⅲ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확충하지 못한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2016년부터 전 세계 주요 은행 BIS 비율을 7%에서 8~9.5%로 높이기로 했다. 프랑스 3위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의 BIS 비율은 6.1%,SG는 6.5%에 불과하다. BNP파리바 역시 이 비율이 7.8%로 기준에 미달한다.

은행이 또 다른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되자 은행장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JP모건은 현재의 위기를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중앙은행 총재도 "프랑스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은 믿을 만하며 금융위기 대응 능력도 갖췄다"고 반박했다. 몇몇 은행들은 불황에 대비,수비형 경영에 나섰다.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는 예대율을 2008년 150%에서 올해 6월 말 116%까지 낮췄다. 예대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은행이 대출을 회수하고 심규 대출심사도 까다롭게 한다는 뜻이다.

자산 팔아치우기에 나선 은행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중국건설은행(CCB) 보유 지분 절반을 매각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통신은 BOA가 현재 CCB 지분 10%를 보유 중인데,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70억달러어치를 이달 말께 쿠웨이트투자청과 카타르투자청에 팔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