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만 잡으면 '하세월'…의원님의 '불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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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발언시간 제한' 타이머까지 동원한 민주당
발언 3분 넘어 '딩동' 계속 울려도 "조금만 더"
"먼저해야 유리" 국회선 순서 놓고 멱살잡이도
발언 3분 넘어 '딩동' 계속 울려도 "조금만 더"
"먼저해야 유리" 국회선 순서 놓고 멱살잡이도
12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정배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며 하는 모두발언을 위해서였다. 천 최고위원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얘기를 막 풀어가려는 찰나에 '딩동'하는 벨소리가 울렸다. 천 최고위원은 개의치 않고 준비한 발언을 이어갔다. 벨소리가 또 울렸다. 한 번,두 번,세 번.천 최고위원은 벨소리가 네 번 울리고서야 발언을 멈췄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벨이 다섯 번 울릴 때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벨소리에 당황한 듯 준비한 원고의 몇 대목을 빼놓고 발언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발언시간 3분 제한제'를 위한 타이머를 도입한 민주당의 웃지 못할 첫 회의 장면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의 발언시간을 3분으로 제한,2분30초에 경고벨을 울린 뒤 이후 30초마다 벨을 울리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천 최고위원은 벨이 네 번 울렸으니 4분 이상 발언한 것이고,조 최고위원은 4분30초 이상 마이크를 잡은 셈이다. 최고위원들의 모두발언이 워낙 길어 회의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한 제도였지만,첫날부터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마이크만 잡으면 놓지 못하는 게 정치인이다. 정치인들에겐 일종의 불치병 같은 것이다. 1분 한다는 인사말이 5분을 넘어 10분,20분까지 가는 건 흔한 일이다. 9명의 최고위원이 '한마디씩' 하다 보면 1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한 당직자는 "최고위원들이 말이 너무 많아 기자들 보기에 낯 뜨거웠다"고 털어놨다. 발언 3분 제한제를 도입해도 별 효과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도입한 게 딩동 타이머다.
통제 안 되는 정치인들의 '입'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한 전직 대통령이 30분 예정이었던 인사말을 2시간 가까이 하는 바람에 기자들이 발언내용을 받아치느라 애를 먹은 일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국회에서 발언시간이 지나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10여분간 발언하는 의원들도 자주 눈에 띈다. 강제로 통제하지 않고선 막을 수 없는 게 의원들의 입이다.
TV 토론이나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 시간과 순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발언 시간의 공평한 분배뿐만 아니라 앞 순서를 선점하는 것도 정치인들에겐 중요하다. 먼저 발언해야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TV 카메라 앞에선 발언 순서 경쟁이 더 치열하다. 회의의 앞부분만 녹화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러니 공정성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난리가 난다. 실제 과거 몇몇 상임위에선 발언 순서를 놓고 의원들이 멱살잡이를 하는 꼴사나운 광경도 자주 목격됐다.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기회가 별로 없으니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놓지를 않는다"며 "언론의 관심이 떨어지는 야당 의원들이야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조배숙 최고위원은 벨이 다섯 번 울릴 때까지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벨소리에 당황한 듯 준비한 원고의 몇 대목을 빼놓고 발언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발언시간 3분 제한제'를 위한 타이머를 도입한 민주당의 웃지 못할 첫 회의 장면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참석자들의 발언시간을 3분으로 제한,2분30초에 경고벨을 울린 뒤 이후 30초마다 벨을 울리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천 최고위원은 벨이 네 번 울렸으니 4분 이상 발언한 것이고,조 최고위원은 4분30초 이상 마이크를 잡은 셈이다. 최고위원들의 모두발언이 워낙 길어 회의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한 제도였지만,첫날부터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마이크만 잡으면 놓지 못하는 게 정치인이다. 정치인들에겐 일종의 불치병 같은 것이다. 1분 한다는 인사말이 5분을 넘어 10분,20분까지 가는 건 흔한 일이다. 9명의 최고위원이 '한마디씩' 하다 보면 1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한 당직자는 "최고위원들이 말이 너무 많아 기자들 보기에 낯 뜨거웠다"고 털어놨다. 발언 3분 제한제를 도입해도 별 효과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도입한 게 딩동 타이머다.
통제 안 되는 정치인들의 '입'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한 전직 대통령이 30분 예정이었던 인사말을 2시간 가까이 하는 바람에 기자들이 발언내용을 받아치느라 애를 먹은 일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국회에서 발언시간이 지나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10여분간 발언하는 의원들도 자주 눈에 띈다. 강제로 통제하지 않고선 막을 수 없는 게 의원들의 입이다.
TV 토론이나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 시간과 순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발언 시간의 공평한 분배뿐만 아니라 앞 순서를 선점하는 것도 정치인들에겐 중요하다. 먼저 발언해야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TV 카메라 앞에선 발언 순서 경쟁이 더 치열하다. 회의의 앞부분만 녹화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러니 공정성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난리가 난다. 실제 과거 몇몇 상임위에선 발언 순서를 놓고 의원들이 멱살잡이를 하는 꼴사나운 광경도 자주 목격됐다.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기회가 별로 없으니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놓지를 않는다"며 "언론의 관심이 떨어지는 야당 의원들이야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