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舊株 프리미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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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채권단 매각차익만 노려" vs "헐값에 사려한다"
유재한 사장 '매각룰' 밝히자 "조삼모사 같은 말장난" 비판
"프리미엄 많이 받는 건 당연"…SKT "신주 늘려야 경쟁력 유지"
주가 급락에 '미묘한 신경전'
유재한 사장 '매각룰' 밝히자 "조삼모사 같은 말장난" 비판
"프리미엄 많이 받는 건 당연"…SKT "신주 늘려야 경쟁력 유지"
주가 급락에 '미묘한 신경전'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채권단이 구주 인수에 가점을 부여할 것''해외 자본 지분 참여를 제한할 것'이란 항간의 루머에 대해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지난 11일 해명했지만 또 다른 논란만 야기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 총액이 많은 기업에 인수되도록 하겠다"는 유 사장의 발언 때문이다.
인수 후보인 SK텔레콤이 "궤변"이라고 강력 반발한 데 이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성명서를 통해 "유 사장의 말은 조삼모사와 같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경영권 프리미엄 총액 왜 문제되나
외환은행,정책금융공사 등 채권단이 보유한 하이닉스 지분(구주)은 15%다. 채권단은 지난달 매각 공고 때 인수자의 투자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구주 매각과 신주발행 물량을 통해 최소 20%를 인수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됐다. 채권단 입장에선 구주를 비싼 값에 파는 게 유리하다. 반면 인수기업 입장에선 신주를 발행해 인수자금을 회사 내부에 유보해두면 인수 후 추가 투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 '채권단이 구주매각에 가점을 주기로 했다'는 루머에 SK텔레콤과 STX가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사장은 "구주 인수에 가점을 줄 생각은 없다"며 "경영권 프리미엄 총액을 따져 더 많은 기업이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경영권 프리미엄은 구주 인수에만 붙는다. 따라서 유 사장 말은 "채권단이 보유한 구주 지분을 더 많이,더 비싸게 사는 곳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구주 인수에 가점을 주는 것과 같은 결과다. SK텔레콤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궤변''조삼모사'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A인수후보기업 관계자는 "채권단은 2005년 5월 이후 다섯 차례 '블록딜'을 통해 하이닉스에 출자한 원금 4조9000억원을 거의 다 회수했다"며 "남은 15%의 지분을 비싸게 파는 것보다 신주발행을 늘려 하이닉스 재무구조를 탄탄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황도 나쁜데 신주발행이 더 부담"
채권단 내에선 이런 지적에 대해 "기업 매각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많이 받고 파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신주발행 물량을 늘리는 게 지금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반도체 시황 악화 탓에 하이닉스 주가가 많이 빠졌는데 시가로 발행하는 신주 물량을 늘리면 주식가치가 희석된다는 얘기다.
하이닉스 주가는 매각공고일인 지난달 8일 2만6600원에서 이날 1만9750원으로 25.7% 하락했다. 반도체 업황이 안좋아 당분간 주가가 반등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께 신주발행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선 "인수 후보기업들이 주가가 하락했는데 아예 헐값에 사려 한다"는 불만도 토로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일각에서 채권단이 보유한 구주 매각 비율을 최소화하라고 하는데,(구주도) 하이닉스 인수전이 끝난 뒤 언젠가 매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오버행(잠재적으로 쏟아져 나올 물량 부담) 이슈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현 상황을 하이닉스 매각을 앞두고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경영권 프리미엄을 많이 받아내겠다'는 채권단과 '신주발행 물량을 늘려 인수자금을 한 푼이라도 줄이겠다'는 인수기업의 신경전으로 보고 있다.
이태명/안대규/조재희 기자 chihiro@hankyung.com
인수 후보인 SK텔레콤이 "궤변"이라고 강력 반발한 데 이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성명서를 통해 "유 사장의 말은 조삼모사와 같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경영권 프리미엄 총액 왜 문제되나
외환은행,정책금융공사 등 채권단이 보유한 하이닉스 지분(구주)은 15%다. 채권단은 지난달 매각 공고 때 인수자의 투자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구주 매각과 신주발행 물량을 통해 최소 20%를 인수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됐다. 채권단 입장에선 구주를 비싼 값에 파는 게 유리하다. 반면 인수기업 입장에선 신주를 발행해 인수자금을 회사 내부에 유보해두면 인수 후 추가 투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 '채권단이 구주매각에 가점을 주기로 했다'는 루머에 SK텔레콤과 STX가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사장은 "구주 인수에 가점을 줄 생각은 없다"며 "경영권 프리미엄 총액을 따져 더 많은 기업이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경영권 프리미엄은 구주 인수에만 붙는다. 따라서 유 사장 말은 "채권단이 보유한 구주 지분을 더 많이,더 비싸게 사는 곳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구주 인수에 가점을 주는 것과 같은 결과다. SK텔레콤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궤변''조삼모사'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A인수후보기업 관계자는 "채권단은 2005년 5월 이후 다섯 차례 '블록딜'을 통해 하이닉스에 출자한 원금 4조9000억원을 거의 다 회수했다"며 "남은 15%의 지분을 비싸게 파는 것보다 신주발행을 늘려 하이닉스 재무구조를 탄탄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황도 나쁜데 신주발행이 더 부담"
채권단 내에선 이런 지적에 대해 "기업 매각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많이 받고 파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신주발행 물량을 늘리는 게 지금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반도체 시황 악화 탓에 하이닉스 주가가 많이 빠졌는데 시가로 발행하는 신주 물량을 늘리면 주식가치가 희석된다는 얘기다.
하이닉스 주가는 매각공고일인 지난달 8일 2만6600원에서 이날 1만9750원으로 25.7% 하락했다. 반도체 업황이 안좋아 당분간 주가가 반등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께 신주발행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선 "인수 후보기업들이 주가가 하락했는데 아예 헐값에 사려 한다"는 불만도 토로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일각에서 채권단이 보유한 구주 매각 비율을 최소화하라고 하는데,(구주도) 하이닉스 인수전이 끝난 뒤 언젠가 매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오버행(잠재적으로 쏟아져 나올 물량 부담) 이슈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현 상황을 하이닉스 매각을 앞두고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경영권 프리미엄을 많이 받아내겠다'는 채권단과 '신주발행 물량을 늘려 인수자금을 한 푼이라도 줄이겠다'는 인수기업의 신경전으로 보고 있다.
이태명/안대규/조재희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