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전자의 '기술 · 디자인 침해' 여부를 두고 두 '공룡'이 맞붙었다. 이 사건을 대리한 김앤장과 율촌은 첫 재판부터 날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1부(강영수 부장판사)는 12일 애플코리아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지난 6월 제기한 특허권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의 첫 준비기일을 열었다. 첫 준비기일은 원고 측의 소송 취지와 피고 측의 주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총 15분을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나,이날 양측은 각각 30분이 넘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오는 등 열띤 분위기 속에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판은 11시30분쯤 끝났다.

애플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갤럭시S2,갤럭시 탭 등이 애플 제품의 특허권 4개,디자인권 6개를 침해했고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해당 제품의 생산과 양도를 금지하고 완 · 반제품을 폐기한 뒤 손해배상금 1억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은 "특허권 자체가 무효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김앤장 측,동영상까지 동원

"삼성이 애플의 기술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쉽게 입증해 줄 동영상을 보시겠습니다. " 준비해 온 영상을 클릭하니 법정 왼편에 설치된 프레젠테이션용 스크린에 아이폰의 '바운스백(bounce back · 전자 문서의 끝까지 가면 반대로 튕겨나오는 효과)' 기능이 보였다.

변호인단은 바로 갤럭시S의 바운스백 기능을 동영상으로 시연했다. "애플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삼성이 그대로 적용한 겁니다. "'바운스백' 외에도 '잠금해제' '아이콘 재구성' '터치 유리스틱스' 등 4가지 특허기술을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애플 측은 기술특허권 외에도 모서리가 곡선으로 된 직사각형 모양의 휴대폰 몸체,하단 중앙에 위치한 조작버튼,전화 아이콘,메모 아이콘,페이지 넘김 디자인 등 6가지 디자인권에 대해서도 특허를 주장했다.

장덕순 김앤장 변호사는 "삼성전자는 애플사의 특허권과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포장상자까지 노골적으로 베꼈다"고 강조했다.


◆율촌 "애플 특허는 모두 무효"

율촌은 "애플이 주장하는 특허권은 모두 무효이기 때문에 특허를 침해했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애플이 권리를 과대하게 포장하고,공공영역을 사유화하는 무리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율촌 측은 원고가 주장하고 있는 특허권이 예전에도 비슷하거나 같은 기술과 디자인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먼저 "2005년 미국 CHI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바운스백' 기능이 있다"며 "HP의 '아이팩' 제품에도 이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잠금해제' 기능도 1992년 미국 CHI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논문에 비슷한 기술이 있다고 덧붙였다.

휴대폰의 외형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애플의 주장에 대해서도 율촌은 2006년 12월 출시된 LG전자 프라다폰의 사진을 보여주며 "현재 애플 아이폰3와 굉장히 유사한 모형"이라고 반박했다.

유영일 율촌 변호사는 "키패드 형식 휴대폰 이후의 모든 기술이 애플의 것이라는 주장은 억지"라며 "그동안 수많은 중간자적 존재가 있었고 삼성전자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재판부 "우리 법대로 충실히 심리"

삼성 측 변호인단은 얼마 전 독일 법원이 삼성 갤럭시탭의 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것을 의식해 "독일에서는 구술심문 없이 결정된 만큼 한국 법정에서는 그 결과를 왜곡해서 적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재판 말미에 덧붙였다.

두 회사는 세계 7개국 법정에서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김앤장 측이 "구술 변론이 있었다는 결정문 번역본이 있다"고 즉각 반박하자 재판부는 "여기는 대한민국 법정"이라며 "우리는 우리 법에 따라 충실히 심리할 것"이라며 재판을 마쳤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