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과연 주식을 얼마나 더 내다팔 수 있을까. 과거 사례를 보면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막바지 국면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2일 "외국인은 전날까지 8거래일 동안 매도 직전 보유 시가총액 384조원의 1.46%에 해당하는 4조800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며 "경험적으로 볼 때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세는 최종 단계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위기 때마다 외국인의 매도가 집중됐던 8거래일을 비교해보면 이번 매도금액 비중(1.46%)은 2002년 이후 네 번째로 크다. 2008년 1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때는 가장 많은 2.03%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8년 10월에는 1.81%를 처분했다. 2004년 5월 중국의 긴축 정책이 세계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던 '차이나 쇼크' 때는 1.57%를 매도했다.

주요 위기 때마다 직전 시총 대비 최대 2%의 주식을 팔았던 사례를 감안하면 현재 외국인의 추가 매도 여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나 리먼 파산 당시만큼 주식을 판다고 보면 앞으로 1조5000억~2조원 수준의 매도 여력이 남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매도가 나온다면 외국인이 이번 위기를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악재로 인식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8거래일 동안의 코스피지수 하락폭은 14.3%로 리먼 파산 당시 외국인 매도가 집중됐던 8거래일 동안 30%가 떨어진 이후 최대다. 서브프라임 사태(-10.1%)와 차이나 쇼크(-12.9%) 때보다 웃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3개월 공매도 제한 조치 등 금융당국이 수급 단속에 나선 덕분에 향후 낙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