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우유업계 '原乳값 갈등' 왜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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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묶였던 가격 한꺼번에 조정 '극한대치'
"가격 정하면 수년간 가격 못 바꿔"…낙농가ㆍ우유업체 '배수진'
생산비 기준 모호한 것도 문제…물가·원가 연동제로 바꿔야
"가격 정하면 수년간 가격 못 바꿔"…낙농가ㆍ우유업체 '배수진'
생산비 기준 모호한 것도 문제…물가·원가 연동제로 바꿔야
◆극한 대립엔 이유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3~5년 주기로 원유값을 조정하는 경직된 가격 산정 방식을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정부는 1997년까지 원유 가격을 직접 정해 고시하다가 그해 7월 '낙농진흥법' 전면 개정을 계기로 이를 산하기관인 낙농진흥회에 맡겼다.
낙농진흥회는 5% 이상 변동 요인이 있을 때 낙농가와 우유업체 양측 의견을 종합해 가격을 결정하는데,통상적으로 3~5년에 한 번씩 인상해왔다. 이 때문에 낙농가든 우유업체든 '이번에 밀리면 적어도 수년간은 바꿀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배수진을 치게 된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현행 방식으론 가격이 일단 정해지고 나면 이후 몇 년간 발생하는 생산 원가 상승분은 모두 낙농가가 짊어져야 한다"며 "이 때문에 협상이 더욱 절박하고 강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유생산비 기준부터 다시 짜야"
협상을 더 꼬이게 만드는 건 원유값 조정의 근거가 되는 '원유생산비'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낙농진흥회에선 통계청이 조사한 원유생산비를 협상의 기준으로 삼았지만 낙농가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낙농가와 우유업계는 이번 협상에서 원유생산비 변동에 따라 1년 단위로 납품가를 조정하는 '원가 연동제' 도입에 합의했지만 원유생산비 산정 기준을 다시 짜지 않는 한 도입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종수 충남대 동물바이오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통계청의 현재 원유생산비 기준을 보면 젖소의 내용연수(감가상각 기간)가 4년으로 다소 짧고,자가노동에 대한 대가(기회비용)도 낮게 설정돼 논란의 소지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예 가격 결정을 낙농진흥회가 아닌 업체별 자율 협상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작 시장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가 기업이 아닌 농민들의 '협동조합'이라는 이유로 낙농진흥회에 가입하지 않는 등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
◆우유값 거품 줄일 순 없나
유통 마진과 마케팅 비용도 논란거리다. 농협이 흰우유 1ℓ제품(2180원)의 가격구조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우유업체는 원유 구입에 893원,제품 가공에 296원을 쓰고 253원의 이윤을 남긴다. 대리점과 유통매장의 마진은 738원 정도다. 국내 우유업체들은 브랜드 홍보에 매년 2500억원가량을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우유가 다른 농 · 축 · 수산물에 비해 가격 거품이 심하다고 볼 순 없지만 비용을 절감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