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부품이 첨단업종 아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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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공장증설 '첨단업종' 범위 축소
지역 여론에 굴복…기업 설비투자 '발목'
태양전지용 유리·지능형 로봇 등 제외
지역 여론에 굴복…기업 설비투자 '발목'
태양전지용 유리·지능형 로봇 등 제외
지식경제부는 1997년 이후 산업기술 발전 속도와 세계 시장 변화 트렌드를 반영해 네 차례에 걸쳐 첨단 업종을 재분류했다. 이번 첨단 업종 재분류는 2007년 이후 4년 만이다. 첨단 업종의 수도권 공장 신 · 증설을 허용함으로써 기업들이 산업 및 기술 집적도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는 규제 완화책이다. 하지만 지경부가 비(非)수도권 반발에 부딪혀 첨단 업종 및 품목을 대폭 축소해 기업의 투자를 막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첨단 업종 규제 완화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개편안보다 대폭 축소
지경부가 12일 발표한 첨단 업종 개편안은 지난 3월 나온 개편안에 비해 첨단 업종과 품목 수가 크게 줄었다. 3월 개편안에 들어갔던 첨단 업종은 92개 업종,265개 품목에 달했지만 최종안에서는 85개 업종,142개로 축소됐다.
카메라 발광다이오드(LED) 등 전자산업과 자동차 부품,기계 등을 주력으로 한 영 ·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이 개정안에 반대하자 지경부는 당초 계편안을 철회했다. 지방자치단체 의견 수렴을 거쳐 5개월여 만에 첨단 업종을 재분류했다.
이 과정에서 3월 개편안에 들어갔던 산업용 유리제품 업종에서 태양전지용 유리가 최종 개편안에서 빠졌다. 컴퓨터 프린터,3D 카메라 및 캠코더,지능형 로봇부품,무선인식 전자태그(RFID) 등도 제외됐다. 전기차 · 하이브리드카용 전기장치 부품과 지능형 자동차 관련 부품도 첨단 업종으로 지정됐다가 최종안에서 사라졌다.
업계는 지방 여론을 의식해 첨단 업종 범위를 축소한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가 앞장서 기술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전기차 부품을 첨단 업종에서 뺀 것 자체가 문제 있다"며 "지방을 배려한다는 정부 정책 때문에 기업 투자가 막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선정 기준도 모호
첨단 업종을 판정하는 기준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종의 첨단성과 기업들의 실제 투자 수요를 감안해 첨단 업종을 선정했다는 게 지경부 측 설명이지만,명확한 판정 기준을 밝히지 않아 기업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KCC가 계획을 세웠던 여주 태양전지용 유리공장을 첨단 업종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지경부 관계자는 "굳이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지방에 공장을 설립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경부는 앞으로 기업들로부터 첨단 업종 지정에 대한 수요가 들어올 경우 1~2년 단위로 추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통상 기업들이 10년 앞을 바라보고 투자계획을 세우는데 정부의 규제 완화 대책은 이런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며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