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유명해 진 것은 정신병자였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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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과 산만, 합리화와 의심, 기억과 망각.
우리 뇌는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뇌는 때때로 실수하고, 산만하고, 왜곡하고, 망각하게 만든다.
신경과 의사 강동화 박사는 신간 '나쁜 뇌를 써라'(위즈덤하우스)를 통해 "우리가 부정적으로 여겨 버려두다시피 한 뇌 기능들을 환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만하고 망각하게 하는 뇌의 기능이 우리 삶에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소용돌이 그림으로 유명한 고흐는 '주의력 결핍' 증상을 보였고,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 두루 두각을 나타낸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마찬가지다.
고흐는 뇌전 발작을 일으킨 후 더 역동적이고 격정적인 작품을 완성시켰다. 또 그의 대표작에서 드러나는 소용돌이 그림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소용돌이' 그림을 본 이들은 고흐의 혼돈스러운 정신상태를 의심했다. 하지만 이후 과학자들은 그의 그림 속에 휘몰아침이 실제 자연에서 관찰되는 난류의 물리 법칙임을 밝혀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평생 수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완성작은 단 17점 뿐이였다. 프로젝트에서 도중에 하차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에 대해 후원자였던 교황 레오 10세는 "이 사람은 결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혹평했을 정도다.
강 박사는 "이들은 주위의 사소한 것들도 지나치지 않고 일일이 주의를 기울인다"며 "주의력 결핍이 아니라 주의력 과잉 상태로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의력 결핍 장애자들은 매우 재미있고 재주 있는 사람들일 수 있다"며 "다만 제도권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어느 한쪽은 항상 옳고 다른 한쪽은 항상 그르다고 판단하는 편파적이고 이분적인 생각과 태도에서 벗어나 두 얼굴의 뇌가 만들어가는 역설의 하모니, 그 균형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단 정신병뿐 아니라 그 어떤 병도 저주스럽지만은 않다. 고흐의 뇌 질환은 분명 그가 남들과 다르게 세상을 볼 수 있게 한 선물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신경과 강동화 박사의 신작 '나쁜뇌를 써라'에서 소개하는 뇌의 부정성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7가지 지혜.
◆산만함은 과연 쓸모없는 뇌 기능일까?
집중과 산만함은 분명 서로 다르지만, 그 둘은 정반대가 아니라 오히려 동반자다. 집중이 한곳에 에너지를 모으는 이성적인 동반자라면, 산만함은 감수성 예민한 동반자다.
◆ 자기합리화는 건강하지 못한 행동일까?
이미 내린 결정을 바꿀 수 없다면, 그 선택을 합리화하고 긍정 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패의 아픔을 평생 곱씹으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이세상 어디에도 없다.
◆ 기억의 왜곡은 부정적인 기능만 할까?
우리 뇌가 과거의 불행했던 사건들을 늘 원래 그대로 생생하게 재현한다면? 아마도 평생 동안 괴로움, 두려움, 죄책감과 공포에 휩싸여 살아야 할지 모른다. 그런 차 원에서 보면 기억의 왜곡은 오히려 우리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두뇌의 기제일 수도 있다.
◆ 기억력이 나쁜 사람은 불행할까?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잘 기억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잘 잊지 못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망각은 건강한 삶을 위한 우리 뇌의 노력이고, 낙서를 지우는 능동적이고 지혜로운 메커니즘이다.
◆ 감정적인 결정은 잘못된 것인가?
감정의 뇌가 없으면 이성적인 행동만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의사결정방식은 계산과 추론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 성적인 뇌뿐만 아니라 감정의 뇌가 반드시 필요하다.
◆ 냉정한 사람은 공감능력이 떨어질까?
공감은 남과 하나가 되어 타인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는 ‘빠져들기’라는 첫 단계와 타인의 고통을 타인의 것으로 이해하는 ‘거리 두기’라는 후속단계가 이어지며 완성된다. 냉정을 유지해야만 진정한 공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중독을 몰입으로 전환할 수는 없을까?
중독 행위의 주목적은 ‘쾌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반면, 몰입은 대상을 갈망하면서도 그를 통해 지속적인 쾌감을 얻는다. 따라서 지금 어떤 일에 푹 빠져 있다면, 진정 좋아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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