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형 장기렌터카族 "번호판 '허'면 어때"
'이번 추석 때는 털털거리는 낡은 자동차를 팔아치우고 새 차로 장기 렌터카 뽑아서 고향 내려가 볼까. '

번호판에 '허'자가 달려 있어도 상관없으니 자동차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굴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실속형 운전자들이 늘어나면서 장기 렌터카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 한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된 장기 렌터카 상품은 1시간 동안 5000건 이상 주문이 몰렸다. 2000건 정도를 예상했던 홈쇼핑 업체마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장기 렌터카 셈법

차를 구입하기보다 빌려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서울 마포구의 김모씨는 1600만원짜리 LPG 승용차 쏘나타 새차를 매월 45만원씩 내고 3년간 렌트하기로 했다. 장기 렌터카를 이용하면 일반인들이 타기 힘든 LPG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임대료 45만원에는 보험료가 포함돼 있다. 한 달 10만원 정도를 보험료로 냈던 김씨가 추가로 내야 하는 금액은 35만원인 셈이다.

하지만 김씨는 실제 더 내야 하는 돈이 1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내 차처럼 쓰지만 실제 주인은 아니어서 지금껏 한달 평균 3만원 정도 내왔던 재산세 부담이 사라지는 데다 기존 자동차 감가상각비용이 약 7만원씩 발생한 것을 감안한 것이다. 자동차 수령이 10년을 넘다보니 한 달에 7만~8만원 정도 수리비가 들었는데 새 차를 뽑으면 꽤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여기에 LPG 차량이니 한 달 연료비가 3만원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까지 더했다.

◆보험료 할인 혜택 많다면 렌터카는 불리

모든 사람에게 김씨와 같은 계산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료가 큰 변수다. 보험사들은 3년이 지난 뒤 자동차 보험을 다시 들면 처음 가입한 것으로 보는데 장기 렌터카를 이용하는 기간에는 보험기간이 단절된다. 무사고 운전으로 상당한 할인 혜택을 받았더라도 3년 뒤 대여를 마치고 차를 구매할 때 보험을 들면 할인 혜택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LPG 차량은 인수가 불가능하지만 휘발유 차량은 계약기간이 끝난 뒤 렌터카 업체가 정한 비율에 따라 구입해서 쓸 수 있다. 장기 렌터카는 새 차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중고차를 렌트해주는 회사도 많다. 초기에 선납금을 내면 다달이 부담하는 임대료를 줄일 수 있다. 렌터카를 계약할 때는 중도해지 위약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잘 따져봐야 한다.

◆개인 사업자라면 오토리스도 주목

오토리스는 장기 렌터카와 비슷하지만 일반 번호판을 쓰는 대신 LPG 차량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조금 다르다. 장기 렌터카와 달리 계약자의 보험료율이 유지된다. 오토리스는 리스 이용대금뿐만 아니라 이자까지 전액 비용처리가 가능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개인 사업자나 기업들에 유리한 대목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최근에는 보험료뿐만 아니라 차량정비 비용까지 포함한 풀패키지 대여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