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0만원 가격표가 붙은 와인,인간문화재가 유작으로 남긴 700만원짜리 문배주,1g에 600원이 넘는 2만년 숙성된 소금.'

주요 백화점과 호텔들이 초고가 추석 선물세트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추석 선물'을 귀빈에게 건네려는 '큰손'이 늘고 있는 데다 업체들은 이런 선물세트가 팔리지 않더라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앞다퉈 선보이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올 추석 선물 카탈로그에 프랑스 보르도지역 최고급 와인인 1946년산(産) '샤토 무통 로쉴드'를 올렸다. 가격은 3820만원.준비한 물량은 1병이다. 일조량이 풍부했던 1946년에 생산된 이 와인은 맛과 향이 깊은 데다 유통 물량도 거의 없어 희소가치가 높다는 게 롯데백화점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와인 컬렉터들의 개인 소장용 또는 귀빈 선물용을 겨냥한 상품"이라며 "이런 와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재테크 수단으로 구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선호텔과 현대백화점은 연간 생산량이 6000여병에 불과해 세계 최고가 와인으로 불리는 '로마네 콩티'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조선호텔은 2006년산 로마네 콩티 1병과 '라타슈' '에세조' 등 12병을 한데 묶어 4800만원에 내놨다.

현대백화점은 2000년산 로마네 콩티 1병과 '로마네 생비방' 등 12병들이 한 세트 가격을 3600만원으로 책정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올 추석에 내놓은 최고가 선물은 1500만원짜리 '발베니' 위스키(1940년산)다. '위스키의 신'으로 불리는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만든 작품으로 꽃향기와 과일 맛이 어우러진 게 특징이다.

명장(名匠)이 만든 '작품'들도 최고가 선물 리스트에 올랐다. 롯데호텔은 문배주 3대 전수자이자 인간문화재 고(故) 이경찬 선생이 남긴 유작을 이번 추석 선물로 선보였다. 세상에 딱 1병 남은 '21년 숙성 문배주'의 가격은 700만원이다. 신세계는 어란 명인 김광자 씨와 손잡고 '어란 세트'(200g · 20만원)를 내놨다. g당 1000원인 셈이다. 롯데백화점이 기획한 '정관장 천보(天寶) 세트'는 칠공예 무형문화재 1호인 김환경 선생이 만든 케이스와 자개 숟가락이 포함되면서 가격이 570만원으로 뛰었다.

현대백화점은 '2만년 묵은 소금'과 '금(金)쌀 고추장'을 내놨다. 2만년 전 히말라야 고원지대에 형성된 소금바위에서 캐낸 '히말라야 핑크 소금'(90g)과 '히말라야 통후추'(45g)로 구성된 선물세트 가격은 9만5000원이다. 이 중 소금 가격이 5만5000원으로,1g에 600원이 넘는다. 순금 성분이 함유된 쌀로 담근 고추장 가격은 2.4㎏에 7만9000원으로,1만~2만원 수준인 일반 고추장보다 4배 이상 비싸다.

한우 굴비 등 인기 추석 선물에도 등급이 있다. 신라호텔은 1인분(200g)에 7만5000원짜리 한우 스테이크 선물세트(2㎏ · 75만원)를,쉐라톤워커힐호텔은 1마리에 30만원이 넘는 굴비 선물세트(10마리 · 280만~330만원)를 선보였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일반 제품보다 2~3배 큰 70㎝짜리 오징어 1마리와 50㎝짜리 한치 1마리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15만~20만원에 내놨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