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가수' 박솔이 이달 초 앨범 '턴' 1000장을 발매했다. 제작비는 '소셜 펀딩(펀드레이징)' 방식으로 마련했다.

소셜 펀딩 사이트 '콘크리트'(concreate.me)와 문화 포털 사이트 민트페이퍼가 공동으로 지난 5월 말부터 한 달간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았다.

목표 금액은 150만원이었지만 실제 모금액은 80% 초과한 269만5000원이었다. 총 60명이 1000원부터 30만원까지 후원했다.

이들은 금액에 따라 다른 보상을 받는다. 1000원 후원자는 앨범의 리스트에 올랐다. 1만원 이상은 음반 1장을 받는다. 3만원은 공연에 초대받으며 30만원은 박솔이 사무실에서 콘서트를 해준다. 목표를 초과한 금액은 음반의 품질을 높이는 데 썼다. 콘크리트는 올 들어 5개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목표 금액을 모금하는 데 실패한 2개 프로젝트는 후원금을 돌려줬다.

문화예술계에 이 같은 소셜 펀딩이 번지고 있다. 재능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창작자들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셜 펀딩 혹은 클라우드 펀딩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인터넷에 프로젝트를 공개한 뒤 공감하는 일반인들로부터 투자받는 것.콘크리트를 비롯해 텀블벅 디스이즈트루스토리 등 5~6개 업체가 등장했다.

콘크리트는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돼 정부에서 월 60만원씩 활동비를 받는 대신 모금액을 전액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나머지 업체들은 모금액의 5~10%를 수수료로 받는다.

프로젝트별로는 인디 가수나 화가의 앨범 제작,공연 및 전시를 후원하는 게 가장 많다. 심장병환자 돕기,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1회용 카메라 보내기,불우이웃 돕기 등 공익적인 사업들도 있다. 모금액은 주로 10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다.

일반인들로부터 후원금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산업의 지원도 이끌어내고 있다. 음반을 제작할 때 녹음 스튜디오와 엔지니어 등으로부터 재능을 무상으로 받기도 한다. LG유플러스 등 대기업들이 콘서트 장소 대여료 등을 협찬하는 경우도 있다.

소셜 펀딩은 해외에서 3년 전부터 본격화돼 200여개 이상의 업체가 성업 중이다. 킥스타터닷컴은 2년여간 7000개 프로젝트에 5300만달러를 모금했다. 이 업체는 도널드 밀러의 소설 《블로 라이크 재즈》를 영화화하는 데 12만5000달러를 목표로 모금에 착수해 한 달 만에 34만5000달러를 모으기도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접한 후원자 4000여명이 참여했다. 소셜 펀딩은 이처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강력한 홍보 ·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동건 콘크리트 대표는 "SNS가 확산되면서 소셜 펀딩에 참여하는 개인과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아티스트와 불우이웃,후원자들이 긍정적인 관계를 맺거나 직접 만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