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불안한 것은 기축통화가 달러화로 일원화돼있는 탓이 큽니다.유로화와 위안화가 기축통화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국제 공조가 강화돼야 합니다.”(명덕외고 2학년 김승주 학생)
“무역 구조의 불균형도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낳고 있다.금융 불안의 피해는 저개발국가가 더 크게 입는다.저개발 국가는 금융과 무역에서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저개발국가들의 입장이 국제 경제에 더 반영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대원외고 2학년 단유진 학생)

성균관대와 민족사관고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5회 전국 청소년 영어 경제 회의가 14일 성균관대 국제관에서 열렸다.‘글로벌 경제 권력의 이동에 대한 새로운 공통규범 제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전국 11개 고등학교 52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회의는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의 공식 회의와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됐다.1부 정책 제안에서는 6개 고등학교 팀들이 현재 세계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각국 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해결책들을 제시했다.2부 토론에서는 각국 대표 명찰을 단 학생들이 먼저 제시된 정책들을 검토하고 질문하며 결론을 이끌어냈다.모든 회의는 영어로 진행됐다.

이 회의는 민족사관고 경제동아리인 에코럼(ECORUM)이 단독으로 2007년 시작했다.에코럼 회장을 맡고 있는 한재연 양(민족사관고 2학년)은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의 의사결정과 정책 수행 과정을 체험해 보면 교과서에서만 보던 경제 이론이 실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활용되는지 더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대회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한 양은 “경제 문제가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는 것을 학생들도 점점 더 많이 알게 있고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며 “회의 주제도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작년에는 G20(주요 20개국) 시대의 새로운 균형 등 당시 경제 상황에 맞는 것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균관대는 2009년 3회 대회부터 공동 주최에 나섰다.김영한 글로벌경제학과장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대회를 준비해오고 있기 때문에 학교측에서는 경제 현상 분석 방법 등 콘텐츠를 보완하고 조언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경제 공부를 하게 해줄 수 있는 이런 자리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김 학과장은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없는 괴담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경제 이론 기초만 쌓아도 이런 헛소문들은 상당부분 진위를 가려낼 수 있다”며 “고등학생들도 이런 점을 알게 되면서 경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대상은 기축통화 다변화를 주장한 명덕외고팀이 수상했다.심사위원을 맡은 김 학과장은 “문제 제기부터 해결책 제시까지 논리적인 구조가 잘 짜여져 있었다”고 평가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