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전국 공무원들의 행정훈련인 '을지연습'이 올해는 다소 색다르게 진행된다. 디도스(DDoS ·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등 사이버테러에 대한 대응 훈련과 중요한 물자기지가 파괴됐을 때 어떤 행정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이 포함됐다.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시행되는 을지연습에는 행정부처 3800여개 기관 44만여명이 참여한다. 주민 대피 · 이동 훈련과 국지도발전 대비 등은 매년 시행되는 기초 훈련이며 이 밖에 새로운 내용이 포함된다.

을지연습은 1968년 1월 북한에서 내려온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한 · 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과 비슷한 시기인 8월 중순 실시된다.

을지연습은 예컨대 적의 공격으로 발전시설이 파괴됐을 때 공무원들이 신속하게 에너지 조달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대처 능력을 길러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와 현대카드 해킹 등 사이버테러가 빈번해지고,북한의 도발이 잦아진 데 따른 대응 차원에서 올해 을지연습을 강도 높게 시행키로 했다.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침몰사태 등을 겪은 점이 반영됐다. 지식경제부는 물자 조달,국토해양부는 댐과 같은 시설의 파괴 방지,행정안전부는 전시의 치안체제 확립 등을 맡는다.

평가도 철저하게 실시된다. 행안부에서 모집한 평가단이 각 부처를 불시에 방문해 공무원들이 비상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점검하게 된다.

을지연습 기간이 다가오면 부처에서 오래 근무한 나이 많은 공무원들이 예상질문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부처는 대통령표창을 받기 때문에 부처 간 경쟁도 치열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