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을 많이 접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조건에 따라서 이런 조건에서는 이렇게,저런 조건에서는 다르게 분리해서 대처해 보자.예를 들어 교차로에서 동서와 남북으로 각각 움직이는 차들 사이에서 충돌,갈등,딜레마가 생긴다. 응급상황 시,충돌이 없는 교차로 운영에 관해서 조건에 의한 분리 개념을 적용해 보자.응급 상황의 앰뷸런스와 소방차가 혼잡한 교차로에 나타나서 충돌이 예상된다. 응급 상황 해결과 충돌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잡아서 문제를 해결할까.

응급차가 응급상황임을 알리는 조건은 회전하는 비상등과 비상 알람 소리다. 이 소리를 내면서 혼잡한 교차로를 긴급히 빠져나가고 다른 차들은 통과를 기다리며 충돌을 피한다. 이것이 트리즈의 분리 원리 중 하나인 차이,조건에 의한 분리(separation on conditions)다.

여름 밤에 창문을 활짝 열어두면 공기 순환이 잘 돼서 시원하다. 그런데 바람만이 아니라 모기까지 실내로 들어와서 사람을 괴롭힌다. 공기 순환을 위해서는 문을 열어둬야 하고,모기가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문을 닫아야 하는 딜레마,모순 상황이다. 여기에 조건,차이의 개념을 적용해 보자.바람은 통하면서 동시에 모기는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는 바람과 모기의 차이를 발견해야 한다. 그 차이는 바람,공기의 입자 크기와 모기 개체 크기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이 크기의 차이로 분리한 것이 모기장이다.

이 조건 분리의 개념을 비즈니스에도 적용해 보자.여름철 선글라스는 햇빛,자외선 차단을 위해서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 안경 외에 선글라스를 하나 더 휴대하는 것이 번거롭다. 야외에서는 선글라스 기능이 있어야 하고,실내에서는 없었으면 하는 상반된 요구가 생긴다. 야외에서는 안경의 색깔이 있다가 실내에서는 없어지는 기능이 있다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이것을 기술로 구현한 것이 햇빛이나 자외선과 반응하면 색깔이 생기고,실내로 들어와서 자외선이 적어지면 색깔이 사라지는 자외선 반응 안경이다.

성인을 위한 주류,담배,성인용품 판매자는 많이 팔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광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인터넷에서 알리자니 어린이,청소년 교육에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 나이가 20살 이상이면 알려 주고,20살 이하면 못 보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주민등록번호,실명 확인의 성인 인증이다. 트리즈의 조건 분리 개념을 적용한 좋은 사례다.

내년은 총선,대통령선거 시기다. 정치인들은 고민이다. 출마 불출마를 정하고,이를 밝히는 시기도 고민이다. 어떤 경우에는 출마한다고 말하고,어떤 경우에는 불출마한다고 말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저런 상황을 비교해 보고 그 차이를 찾아 보자.이 차이에 조건문을 확실히 걸어 보자.

만약에 전제 조건으로 A씨가 출마하면(또는 어떤 상황이 되면) 나도 출마하고,다른 전제 조건으로 A씨가 불출마하면 나도 불출마하겠다는 식으로 조건분리에 의한 처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잘 분석해서 상황의 차이를 알아내 보자.그 다음 여기에 조건,단서를 붙여서 생각하고,행동하고,말하면 딜레마 해소의 달인이 될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 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