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대기업 一家 패러디…드라마가 반기업 정서 조장?
지난 3일 첫 방송된 '보스를 지켜라'라는 TV 드라마가 일부 대기업 오너 경영인을 지나치게 패러디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그룹 회장과 관련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여과없이 나오는 등 상황과 인물 설정이 몇몇 대기업 사정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방송 드라마가 시청률 경쟁만 의식하며 오너 경영인과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풀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첫 회에서 대기업 3세 차지헌(지성)의 아버지 차봉만 DN그룹 회장(박영규)은 가죽장갑을 끼고 아들을 폭행한 조직 폭력배들을 직접 찾아가 혼내준다. 차 회장은 법정에 출두할때 몸이 아프다며 휠체어를 타기도 했다.

지나친 대기업 一家 패러디…드라마가 반기업 정서 조장?
차 회장이 이끄는 DN그룹은 시동생과 형수가 경영권을 놓고 갈등하는 구조로 설정돼 있다. 아들 지헌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차봉만 회장에게 봉만의 형수 신숙희(차화연)가 맞서고 있다. 신숙희는 아들 차무원(김재중) 본부장을 가리켜 "다보스 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이자 세계가 인정한 인재"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다보스 포럼에서 차세대 리더로 꼽힌 국내 대기업 3세를 연상케 하는 설정이라는 게 한 대기업 관계자의 지적이다.

기업들은 겉으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불량재벌 3세'인 차지헌과 그를 보스로 모시게 된 비서 노은설(최강희)의 이야기인데다 장르가 블랙코미디라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대기업 일가를 패러디한 에피소드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실제 대기업 일가에서 있었던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드라마에서 나오면 해당 기업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며 "드라마에 민감하게 대응할 순 없지만 다음회에서는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최진석/조재희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