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글로벌 시장 불안은 정치문제…美보다 유럽이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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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계량경제 아시아학술대회 - 인터뷰 / 에릭 매스킨 美 프린스턴고등연구소 교수
유로존, 공동통화 쓴 지 10여년…재정정책 통합해야 지속될 것
美 투자 늘려 경기부터 살려야
다음 신용등급 강등 대상은 佛 아닌 스페인·이탈리아
유로존, 공동통화 쓴 지 10여년…재정정책 통합해야 지속될 것
美 투자 늘려 경기부터 살려야
다음 신용등급 강등 대상은 佛 아닌 스페인·이탈리아
에릭 매스킨 미국 프린스턴고등연구소 교수(61 · 사진)는 게임이론 전문가다. 비대칭정보를 가진 구성원들에게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을 현실에 접목하는 '실행이론'을 짰다. 그는 고려대 경제학과와 한국계량경제학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세계계량경제학회 아시아학술대회(AMES)'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프린스턴고등연구소는 순수학문 분야의 유명한 학자들이 연구비 부담 없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1930년에 설립된 사설 연구소다. 프린스턴대와는 관련이 없는 독립기관이다.
▼지난 한 주 세계 경제가 출렁였다. 쇼크 원인은.
"정치적인 문제다. 경제적으로 새로운 이슈는 하나도 없었다.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 증액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너무 늦게 증액 합의를 이뤘다.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도 나오지 않았다. "
▼글로벌 위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나.
"나는 이걸 위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번에 경제적으로 중차대한 나쁜 뉴스는 하나도 없었다. 그냥 정치 문제였다. "
▼왜 위기가 아니라는 건가.
"2007~2008년과 다르다. 부동산 가격 거품 등의 문제는 시장에 다 반영돼 있다. 추가적인 경제 뉴스가 없는 한 이것은 그냥 '지나가는 일(passing event)'일 뿐이다. "
▼굉장히 낙관적이다.
"몇 달 지나면 잊혀질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이 올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난 한 주 동안의 주식시장 출렁임은 더블딥 여부와 관련이 없다. "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맞다고 보나.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이슈가 아니라고 본다. S&P 때문에 쇼크가 왔다고 볼 수도 없다. "
▼미국이 10년간 2조4000억달러 재정지출을 감소하기로 했다. 진짜로 지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나.
"나는 왜 사람들이 미국의 재정지출 감소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당장 미국이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은 아주 바보 같은 일이다. 경제에 심각하게 해가 된다. 경제가 튼튼하지 않을 때 공공지출을 줄여선 안 된다.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재정지출을 조금씩 줄일 순 있다. 10년 후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내년,내후년에 그런 걸 해선 안 된다. "
▼글로벌 불균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건가.
"그렇다. 미국의 재정부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지금 같은 시점에선 그럴 수밖에 없다. 미국경제가 급격히 악화됐을 때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다면,차라리 재정부채가 지금보다 좀 더 늘어나는 것이 낫다. 아직 우리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한 때다. "
▼뉴딜정책 같은 게 필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1930년대 대공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공공지출을 단행한 뉴딜정책은 큰 의미가 있었다. "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분야는.
"교통망과 같은 인프라라든가 교육부문 투자다. "
▼미국이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게 맞다. 아주 고전적인 통화정책이다. "
▼2년을 명시한 것이 이례적이다.
"의장(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물가가 오를 때는 이자율을 고정시키는 게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침체 때문에 물가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
▼미국의 제로금리 연장 발표로 환율전쟁이 가속화하는 것 아닌가.
"머니마켓의 속성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국의 사정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통화정책 도구는 하나(기준금리)뿐인데 목표는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두 가지라면 둘 다 만족시킬 순 없다. "
▼유럽발 재정위기가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질지.
"프랑스는 그렇게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탈리아,스페인 등이 문제일 수 있다. "
▼유로존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은 꼭 필요한 행동을 취하려는 의지가 여전히 없는 것 같다. 유로존은 확실히 문제다. 공동 통화를 쓰기로 한 게 벌써 10년 전인데 재정정책은 공동으로 쓰지 않고 있다. 유일한 해법은 재정정책도 통합하는 것이다. "
▼그건 정치적인 통합과 관련 있는 문제다.
"지금보다 좀 더 정치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
▼정치인들의 치킨게임을 자제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상해 볼 수 없을까.
"그야 간단하다. 민주주의니까. 유권자들이 '그런 정치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면 된다. 하지만 지난 총선 이후 '분열된 정부',다시 말해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모든 사안이 원활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양당제의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경험이 충분치 않은 것 같다. "
▼선거제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른바 '사표방지' 심리에 따른 투표 왜곡을 막기 위한 투표 시스템에 관해 얘기했다. 지금 한국 미국 등이 쓰는 '단순 다수제'는 한 사람이 한 사람한테만 투표한다. 때문에 50% 이상의 지지를 얻지 않은 사람이라도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진짜 지지하고 싶은 사람은 A지만,더 유력한 B나 C후보를 지지하는 일이 늘 일어난다. "
▼그러면 어떤 투표제가 맞다고 보나.
"유권자가 후보자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내 선호도는 B-A-C라든가,D-B 라든가 하는 식이다. 후보자 모두에게 순위를 매길 필요는 없다. 이를 집계하면 가장 선호도 높은 후보를 가려낼 수 있다. 다수판단에 의한 투표제(majority rule)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미국 뉴저지에 있는 프린스턴고등연구소는 순수학문 분야의 유명한 학자들이 연구비 부담 없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1930년에 설립된 사설 연구소다. 프린스턴대와는 관련이 없는 독립기관이다.
▼지난 한 주 세계 경제가 출렁였다. 쇼크 원인은.
"정치적인 문제다. 경제적으로 새로운 이슈는 하나도 없었다.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 증액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너무 늦게 증액 합의를 이뤘다.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도 나오지 않았다. "
▼글로벌 위기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나.
"나는 이걸 위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번에 경제적으로 중차대한 나쁜 뉴스는 하나도 없었다. 그냥 정치 문제였다. "
▼왜 위기가 아니라는 건가.
"2007~2008년과 다르다. 부동산 가격 거품 등의 문제는 시장에 다 반영돼 있다. 추가적인 경제 뉴스가 없는 한 이것은 그냥 '지나가는 일(passing event)'일 뿐이다. "
▼굉장히 낙관적이다.
"몇 달 지나면 잊혀질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이 올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난 한 주 동안의 주식시장 출렁임은 더블딥 여부와 관련이 없다. "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맞다고 보나.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이슈가 아니라고 본다. S&P 때문에 쇼크가 왔다고 볼 수도 없다. "
▼미국이 10년간 2조4000억달러 재정지출을 감소하기로 했다. 진짜로 지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나.
"나는 왜 사람들이 미국의 재정지출 감소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당장 미국이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은 아주 바보 같은 일이다. 경제에 심각하게 해가 된다. 경제가 튼튼하지 않을 때 공공지출을 줄여선 안 된다.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재정지출을 조금씩 줄일 순 있다. 10년 후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내년,내후년에 그런 걸 해선 안 된다. "
▼글로벌 불균형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건가.
"그렇다. 미국의 재정부채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지금 같은 시점에선 그럴 수밖에 없다. 미국경제가 급격히 악화됐을 때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다면,차라리 재정부채가 지금보다 좀 더 늘어나는 것이 낫다. 아직 우리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한 때다. "
▼뉴딜정책 같은 게 필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1930년대 대공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공공지출을 단행한 뉴딜정책은 큰 의미가 있었다. "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분야는.
"교통망과 같은 인프라라든가 교육부문 투자다. "
▼미국이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게 맞다. 아주 고전적인 통화정책이다. "
▼2년을 명시한 것이 이례적이다.
"의장(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물가가 오를 때는 이자율을 고정시키는 게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침체 때문에 물가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
▼미국의 제로금리 연장 발표로 환율전쟁이 가속화하는 것 아닌가.
"머니마켓의 속성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국의 사정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통화정책 도구는 하나(기준금리)뿐인데 목표는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두 가지라면 둘 다 만족시킬 순 없다. "
▼유럽발 재정위기가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질지.
"프랑스는 그렇게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탈리아,스페인 등이 문제일 수 있다. "
▼유로존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은 꼭 필요한 행동을 취하려는 의지가 여전히 없는 것 같다. 유로존은 확실히 문제다. 공동 통화를 쓰기로 한 게 벌써 10년 전인데 재정정책은 공동으로 쓰지 않고 있다. 유일한 해법은 재정정책도 통합하는 것이다. "
▼그건 정치적인 통합과 관련 있는 문제다.
"지금보다 좀 더 정치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
▼정치인들의 치킨게임을 자제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상해 볼 수 없을까.
"그야 간단하다. 민주주의니까. 유권자들이 '그런 정치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면 된다. 하지만 지난 총선 이후 '분열된 정부',다시 말해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서 모든 사안이 원활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양당제의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경험이 충분치 않은 것 같다. "
▼선거제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른바 '사표방지' 심리에 따른 투표 왜곡을 막기 위한 투표 시스템에 관해 얘기했다. 지금 한국 미국 등이 쓰는 '단순 다수제'는 한 사람이 한 사람한테만 투표한다. 때문에 50% 이상의 지지를 얻지 않은 사람이라도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진짜 지지하고 싶은 사람은 A지만,더 유력한 B나 C후보를 지지하는 일이 늘 일어난다. "
▼그러면 어떤 투표제가 맞다고 보나.
"유권자가 후보자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내 선호도는 B-A-C라든가,D-B 라든가 하는 식이다. 후보자 모두에게 순위를 매길 필요는 없다. 이를 집계하면 가장 선호도 높은 후보를 가려낼 수 있다. 다수판단에 의한 투표제(majority rule)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