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젊은부자 'ETF 단타'…은행 PB고객은 현금 늘려
한 시중은행의 강남권 프라이빗뱅킹(PB) 점포 지점장인 박모 부장은 지난 9일 휴가지에서 허겁지겁 돌아왔다.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면서 고객들의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박 부장은 "고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져 휴가 중간에 복귀했다"며 "고객들에게 시황을 설명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급락에 목돈을 가진 부자와 이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PB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단기 회복은 어렵고 당분간 변동성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는 별반 차이가 없지만 투자 성향에 따라 대응 방식은 다르다. 부자들의 전략을 PB들에게 들어봤다.

◆공격적 단기 매매로 25% 수익

눈에 띄는 것은 높아진 증시 변동성에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부자들이다. 이들은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하루에도 몇 번씩 매매하며 최근 장세를 수익 창출의 기회로 삼고 있다. 대부분 주식과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높은 강남권 자산가들이다.

김홍배 삼성증권 SNI코엑스인터컨티넨탈지점장은 "고액 자산가들의 단기 트레이딩이 늘었다"며 "이들은 하루 180포인트까지 코스피지수가 움직이면서 아침에 산 주식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오후에라도 팔아버리는 전략을 쓴다"고 말했다. 김지홍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 강남점 과장은 "스마트머니가 주식을 사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유보다는 단기 매매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ETF와 같은 금융상품도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다음날이라도 바로 매도해버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지난주까지는 이 같은 전략이 통했다. 한 투자자는 코덱스200레버리지 ETF를 단기 매매해 1주일 동안 25%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김 과장은 "앉아서 지수 반등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이들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는 PB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전략을 세워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보수적 투자자들은 현금 비중 확대

반면 대부분의 보수적 PB 고객들은 당분간 주식시장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가가 추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병민 우리은행 목동남지점장은 "증시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 의미없을 정도로 변수가 많은 시장인 만큼 섣부른 단타 매매는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데 고객들과 인식을 같이했다"며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은행권 PB 고객들은 증시가 단기적으로 반등하면 펀드 등 금융상품을 환매해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성진 국민은행 청담PB센터 팀장은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만큼 코스피지수가 1900까지 오르면 일부 금융상품을 환매해 현금 보유를 늘린 상황에서 다음 시장에 대비하려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채권 등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심재은 삼성증권 SNI호텔신라지점장은 "장기 국공채와 브라질채권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며 "불안감이 높아지는 만큼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LS로 일단 수비

시장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중립적인' 투자자들은 주가연계증권(ELS)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ELS는 최근의 주가 급락으로 손실 발생 구간이 낮아져 상대적으로 안전해진 데다 은행예금이나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철식 미래에셋 WM그랜드인터컨티넨탈 부장은 "지금 코스피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가입하면 지수가 1000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10% 이상의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는 ELS에 가입하면 시장 침체기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의 투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