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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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후회는 꼭 뒤늦게 옵니다.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삶의 '노다지'인 줄 한참 뒤에야 깨닫고 땅을 칩니다. 그때 '더 열심히 파고들고' 그 사람에게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 걸…'. 늦게나마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깨달은 사람은 어떤 땅에서도 꽃을 피워낼 수 있지요. 옛 사람들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해서 미칠 정도로 몰입하지 않고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깜짝 실적'이나 '한탕주의'보다 한 우물을 '열심으로' 파는 노력파의 결실이 더 빛나는 법.인생이든 일이든 최선이 최고를 만듭니다.
고두현 문화부장 · 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