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전기차 상용화 기술 확보 '가속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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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이엔에스, GM '볼트' 핵심 설계 참여
"배터리만으론 경쟁력 한계"…설계·충전소까지 영역 확장
전기차 수직계열화 속도…2차전지 표준화 경쟁 주도
"배터리만으론 경쟁력 한계"…설계·충전소까지 영역 확장
전기차 수직계열화 속도…2차전지 표준화 경쟁 주도
미국 GM의 첫 대량 생산 전기자동차 쉐보레 볼트 개발에 LG 계열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LG의 전기차 사업 역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LG그룹 내 전기차 사업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곳은 LG화학이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2차전지 분야에서 공격적 투자에 힘입어 세계 최대업체 자리에 올랐다.
◆배터리에서 충전소까지
배터리뿐만 아니라 LG는 차량 설계와 생산 공정,모터 제어장치 등 구동계 부품,충전소 시스템 등 전기차와 관련한 각 분야에서 계열사별로 상당한 역량을 축적해왔다.
전문가들은 LG가 GM의 전기차 설계와 제조 공정 개발을 맡으면서 전기차 생산 과정의 전 영역에서 기술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 참여한 계열사 브이이엔에스(V-ENS)는 옛 대우자동차 출신이 중심이 돼 설립한 자동차 설계 전문 회사다. 말레이시아 자동차 업체 프로톤,일본 도요타 계열의 다이하쓰,인도 타타 · 마힌드라&마힌드라 등은 물론 중국 지리자동차에도 제품을 설계해 시제품까지 납품했다.
브이이엔에스 관계자는 "전기차 프레임과 모듈 설계,2차전지 패키징 등 전기차 제작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든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모터와 제어용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LG CNS는 전기차용 충전소 사업에 뛰어들었다. 완성차 제조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전기차 사업을 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사업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내 기업은 LG"라는 평가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룹 차원의 밑그림이 없으면 불가능한 사업 진행이라는 이야기마저 일각에서 나온다.
◆LG 전기차 등장할까
현재 시점에서 전기차의 핵심은 2차전지다. LG화학이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미국 GM · 포드,프랑스 르노,스웨덴 볼보 등과 공급 계약을 맺은 원동력은 2차전지 분야의 경쟁력 덕분이었다.
LG그룹의 고민은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판매될 2015년 이후 완성차 업체의 힘이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은 각종 보고서에서 "전기차가 일상에 등장하는 시점에 이르면 전지 업체들 간 대규모 증설과 생산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자동차와 전지가 일체형으로 수명을 같이하면 힘의 중심이 자동차 기업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핵심 부품과 기술 역량을 확보해야 전기차 사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용 2차 전지 분야에서 업체간 표준 경쟁이 불붙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LG가 전기차 사업 수직계열화에 힘쏟는 배경으로 꼽힌다. 2차 전지 표준화는 배터리 팩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직류 전류를 교류로 바꿔주는 '인버터'나 전기차 충전소의 기술 표준화와 연관돼 있다. 표준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이들 분야에서도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업계는 LG그룹이 완성차 생산에 진출할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LG는 1990년대 초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막대한 투자 자금이 필요한 데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포기했다.
재계 관계자는 "완성차 사업 진출은 각 계열사 별로 흩어져있는 개발 및 제조 역량을 한데 묶어 조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2차 전지 사업의 발전을 위한 안정적 수요를 제공해준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