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억제하는 효능을 가진 약제를 발견,의학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최원재 경희대 의대 교수(사진) 연구팀이 "사이클로필린 약제가 치매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뇌의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의 독성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뇌신경세포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국내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활성산소 분야 최고 국제학술지인 '활성산소생물학 및 의학(Free Radical Biology and Medicine)'에 게재가 확정되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연구팀은 신경세포에 베타 아밀로이드를 투입해 알츠하이머 질환을 야기시켰다. 베타 아밀로이드를 처리한 군에서는 정상군보다 많은 양의 활성산소가 발생해 뇌세포가 사멸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사이클로필린 약제가 활성산소의 발생을 억제하여 결과적으로 치매질환을 억제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난치병으로 여겨지며 경제 · 사회적 비용이 엄청난 노인성 치매 치료에 새 전기를 제고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최원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이클로필린을 이용한 퇴행성질환 치료연구를 동물실험을 통해 좀 더 심도 있게 수행할 예정"이라며 "연구 성과에 대한 국내 특허는 이미 출원했고 국제특허는 출원 중이며 향후 치매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46만9000여 명으로, 65세 이상 전체 인구의 약 8.8%를 차지했다. 2030년에는 치매노인이 100만명을 넘어서고 비율도 9.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노인성 질환으로 생각되던 치매가 40~50대 중장년층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40대 치매 환자 수는 2009년 기준 1674명으로,2002년 928명과 비교해 1.8배나 늘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로 인해 치매 치료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규명에 한 단계 더 접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