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설 '나홀로' 반대…MK의 '현장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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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빛난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
美 딜러들 증설요구에도 MK "호황 때 불황 대비를"…경제위기 터지자 "휴~"
美 딜러들 증설요구에도 MK "호황 때 불황 대비를"…경제위기 터지자 "휴~"
"공장을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완전히 꼬리를 내렸습니다. "
현대자동차그룹 고위관계자는 "미국 재정위기 여파로 경기가 다시 꺾이고 자동차 판매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장 증설 요구를 거부한 정몽구 회장(사진)의 통찰력에 임직원들이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 · 기아차가 올 들어 미국 시장에서 날개돋친듯 팔리자 딜러들 사이에선 물량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차가 없어 팔지 못하니 더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현대 · 기아차 미국법인은 공장 증설을 검토해달라고 본사에 요구했다. 본사 마케팅 조직도 현장 요구를 반영해 설비 증설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다.
오토모티스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현대차가 미국에 제2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부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설비 증설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왔다.
◆호황 때는 불황에 대비
정 회장은 그러나 연초에 제시한 "올해는 양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한다"는 원칙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추가 증설 보고가 올라갔지만 회장이 단호히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현장의 소리만 듣고 설비증설에 나섰더라면 경기침체를 맞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설비 증설을 요구했던 임직원들은 지금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의 통찰력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놀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회장이 설비 증설 대신 잔업 · 특근 강화 등 설비가동 시간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본능적 '현장 감각'이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안팎의 관측이다. 정 회장은 1970년 현대차 자재과장을 시작으로 현대차서비스,현대정공을 거쳐 현대 · 기아차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40여년간을 자동차 현장에서 보냈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최고의 '전문경영인'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십년간 경기 사이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망하는 자동차회사를 눈앞에서 여러 차례 지켜봤을 것"이라며 "불황기에는 공격경영으로 호황을 대비하고 호황 때는 오히려 불황을 준비하는 한발 앞서가는 경영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초 월간 기준(5월)으로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마의 10%'를 넘어섰을 때 "흥분하지 말고 기본에 더욱 충실하자"고 했다. 성과에 도취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품질제고에 더욱 노력하자는 주문이었다.
◆위기 때는 공격경영으로 돌파
정 회장은 불황 때는 특유의 공격경영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외환위기 이후엔 중국 미국 등에 해외 공장을 건설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자 1999년에는 '10년 · 10만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꺼내들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 할인을 주된 무기로 사용해온 자동차 업계의 상식을 파괴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경기가 극심한 불황에 빠진 2009년에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신차 구입 후 1년 뒤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실직자 보상 프로그램)으로 또 한 번 경쟁업체의 허를 찔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자동차시장이 불황에 빠질 경우 정 회장이 어떤 깜짝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현대자동차그룹 고위관계자는 "미국 재정위기 여파로 경기가 다시 꺾이고 자동차 판매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장 증설 요구를 거부한 정몽구 회장(사진)의 통찰력에 임직원들이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 · 기아차가 올 들어 미국 시장에서 날개돋친듯 팔리자 딜러들 사이에선 물량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차가 없어 팔지 못하니 더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현대 · 기아차 미국법인은 공장 증설을 검토해달라고 본사에 요구했다. 본사 마케팅 조직도 현장 요구를 반영해 설비 증설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다.
오토모티스뉴스 등 미국 언론들은 "현대차가 미국에 제2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부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도 "설비 증설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왔다.
◆호황 때는 불황에 대비
정 회장은 그러나 연초에 제시한 "올해는 양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한다"는 원칙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추가 증설 보고가 올라갔지만 회장이 단호히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현장의 소리만 듣고 설비증설에 나섰더라면 경기침체를 맞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설비 증설을 요구했던 임직원들은 지금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의 통찰력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놀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회장이 설비 증설 대신 잔업 · 특근 강화 등 설비가동 시간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본능적 '현장 감각'이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안팎의 관측이다. 정 회장은 1970년 현대차 자재과장을 시작으로 현대차서비스,현대정공을 거쳐 현대 · 기아차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40여년간을 자동차 현장에서 보냈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최고의 '전문경영인'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십년간 경기 사이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망하는 자동차회사를 눈앞에서 여러 차례 지켜봤을 것"이라며 "불황기에는 공격경영으로 호황을 대비하고 호황 때는 오히려 불황을 준비하는 한발 앞서가는 경영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초 월간 기준(5월)으로 현대 · 기아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마의 10%'를 넘어섰을 때 "흥분하지 말고 기본에 더욱 충실하자"고 했다. 성과에 도취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품질제고에 더욱 노력하자는 주문이었다.
◆위기 때는 공격경영으로 돌파
정 회장은 불황 때는 특유의 공격경영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외환위기 이후엔 중국 미국 등에 해외 공장을 건설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자 1999년에는 '10년 · 10만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꺼내들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 할인을 주된 무기로 사용해온 자동차 업계의 상식을 파괴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경기가 극심한 불황에 빠진 2009년에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신차 구입 후 1년 뒤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실직자 보상 프로그램)으로 또 한 번 경쟁업체의 허를 찔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자동차시장이 불황에 빠질 경우 정 회장이 어떤 깜짝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