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 정부가 미디어법을 개정해 종편채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을 때 내건 슬로건이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을 보고 있자면 이러자고 종편을 하자고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유명 MC나 오락 프로그램 PD와 연예인을 둘러싼 거액 스카우트 풍문들도 그런 것이다. 이런 소문의 진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종편이 고품질의 콘텐츠 생산은 제쳐두고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연예인 뒷얘기 등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려 한다는 점이다. 종편에 방송 예정이라고 시중에 나도는 드라마 제목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 '꽃미남과 신데렐라'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 무슨 3류 소설이나 스팸 메일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종편 사업자들이 기존 방송의 가장 큰 폐단으로 지적해 온 소위 황색 저널리즘을 아예 전면에 내세우려는 모양새다.

광고를 둘러싼 잡음도 걱정스럽다. 벌써부터 강압적이고 무리한 광고 및 협찬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최근 일부 언론의 '기업 때리기'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파다하다. 기업별로 광고를 할당하고 여의치 않으면 때리기로 돌변할 태세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사태는 방통위가 무책임하게 4개의 종편사업자를 선정할 때부터 예견됐다. 문제는 그 부작용이 방송 송출도 전에 벌써부터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기존 케이블 채널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가뜩이나 저질 선정성이 점령한 방송시장에 또 다른 쓰레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