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A사장.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줄 생각인데 세금 때문에 고민이 많다. A사장이 아들에게 물려줄 재산은 비상장주식 100억원과 70억원 상당의 회사 소유 공장부지 · 건물 등 총 170억원.가업승계 때 공제비율(상속재산가액 기준)이 종전 20%에서 40%로 늘어났어도 여전히 내야 할 상속세는 42억9000만원에 이른다.

상속재산의 4분의 1만큼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A사장이 사망하면 상속자인 아들은 세금을 내려고 집을 팔거나 회사 주식을 처분해야 할 지경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5일 펴낸 정책보고서에는 A사장과 같은 중소기업인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 "상속세 부담이 과중하다 보니 회사 문을 닫을 지경에 처한 기업이 많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물려주기도,물려받기도 힘들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9년 가업승계 공제혜택을 크게 늘렸다. '가업상속 공제비율'을 상속재산의 20%에서 40%로 확대한 게 대표적이다. 100억원의 재산을 물려줄 때 세금을 매기는 재산기준을 80억원에서 60억원으로 줄여준 셈이다.

그런데 여기엔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는다. 40% 공제혜택을 받으려면 피상속인(상속을 해주는 1세대 기업인)이 최소 10년 이상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2세 경영인이 상속받은 뒤 △사업용 자산의 80% 이상,물려받은 지분 100%를 유지해야 하고 △중견기업은 가업상속 이후 10년간 기존 고용인력의 120%를 유지해야 한다. 예컨대 가업을 물려받은 2세 경영인이 사업성자산(토지,건물 등)의 20% 이상을 매각하거나 상속받은 회사 주식을 단 1주라도 팔면 공제받은 상속세액을 추징당한다. 경영여건이 급변해도 회사 주력업종을 바꾸면 안된다는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선 "상속세 탓에 회사를 물려주기도,물려받기도 힘들다"는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 선진국은 어떨까. 독일은 기업 규모나 가업승계 직전 사업기간에 관계없이 상속자산의 85~100%를 공제해준다. 또 가업상속 이후 경영기간이나 고용규모에 따라 세제혜택을 더 준다. 예를 들어 가업을 물려받은 뒤 5년간 지급한 임금 총액이 상속 당시 임금지급액의 400% 이상이면 상속세의 85%,7년간 지급한 임금 총액이 상속 당시 임금지급액의 700% 이상이면 상속세의 100%를 경감해준다. 일본도 비상장 중소기업을 상속할 때 주식가액의 80%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가업상속 직전에 몇 년간 사업을 해왔는지도 따지지 않는다. 영국도 비상장 중소기업이 주식을 상속할 때 100% 세금을 면제해주고,상장기업은 주식가액의 50%에만 세금을 물린다.

◆고용창출 인센티브 줘야

상의는 "상속세 부담이 지나치면 중소기업이 가업을 대물림하기 힘들어지고,이는 곧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며 "가업상속에 대한 세제지원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가업승계 직전 사업기간 요건을 현행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일률적으로 40%를 적용하는 '가업상속 공제비율'도 상속 이후 일자리 창출 정도에 따라 차등 적용해 최대 100%까지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의는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일본과 같지만 독일 30%,영국 40%에 비해선 높다.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과세표준 구간도 국내는 '30억원 초과'인 데 비해 독일은 '2600만유로(402억원) 초과',일본은 '3억엔(40억원) 초과'로 세 부담이 작다. 대만도 종전 50%였던 최고세율을 2009년부터 10%로 낮췄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