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물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는 '불독(bulldog)'정신으로 신흥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온 다국적 기업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성공을 손에 넣은 기업들이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지금 주목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반세기 만에 쓴 성공 신화

FT는 14일 "지난해 말 펩시콜라가 54억달러에 러시아의 주스 · 낙농제품 회사인 윔빌단(WBD)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도널드 캔달 전 펩시콜라 최고경영자(CEO)의 오랜 꿈이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됐다"고 보도했다.

1963년 캔달 전 CEO는 니키타 흐루시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방문,펩시콜라가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물꼬를 텄다. 캔달 전 CEO는 "음료수 사업은 러시아 안보에 위협요인이 아니다"며 소련 권력층에 대한 설득을 계속했고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소련을 방문했을 때 펩시콜라가 양국 정상의 만찬 테이블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1974년엔 러시아에서 펩시콜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러시아 판매 성과가 좋지 않았지만 "러시아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유지됐다. BP와 다임러,지멘스 등 다국적 기업들이 러시아의 부패문제 및 정치권 압력이라는 암초를 만나 러시아 시장을 떠날때도 펩시콜라는 제자리를 지켰다. 2008년 14억달러에 러시아 주스업체 JSC레비단스키의 지분 75%를 인수한 데 이어 마침내 윔블단을 사들였다. 그리고 윔블단 인수로 러시아는 멕시코를 제치고 펩시콜라의 세계 최대 해외 판매처로 부상했다.

매트 라소프 프런티어연구소 연구원은 "콜라 등 음료수 사업은 러시아인이 민감하게 여기는 분야가 아닌데다 꾸준한 현지화를 통해 일자리를 계속 창출해온 점이 러시아 정계의 호의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식 아닌 브라질식 경영이 주효

FT는 "프랑스 유통거인 까르푸가 남미 최대시장 브라질에서 철수를 고려할 때 월마트는 브라질 내 영업점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는 최근 남미시장 확대를 위해 까르푸 인수를 추진하고 나섰다.

FT는 브라질 시장에서 월마트가 성장한 원인으로 "현지화에서 앞섰고 장기적인 계획 아래 단계적인 성장전략을 구사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식 상시 최저가 정책보다는 브라질 소비자 특성에 맞는 '대폭 할인 행사'등을 통해 고객을 늘려간 것이다. 또 현지 지역 기반을 갖춘 지역유통 체인망을 활용하는 정책도 병행했다. 지역 유통업체 인수 · 합병(M&A)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브라질 시장에서 몸집을 키웠다. 1995년 25개 점포로 시작한 월마트는 1990년대 브라질 현지 유통체인인 봄프레수를 인수하며 118개로 매장을 늘렸고,곧이어 남부 지역 유통업체 수나이를 인수했다. 2011년 현재 브라질 전역에서 48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안 넘어가면 다시 찍는다

글로벌 패스트푸드체인 던킨도너츠는 중국 상하이 시장 복귀 계획을 계속 표명하고 있다. 현재 상하이에 3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던킨도너츠는 매장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990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던킨도너츠는 단맛을 선호하지 않는 중국 시장에 대한 사전조사가 미흡해 판매 부진으로 매장을 잇따라 폐쇄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주민들이 선호하는 차를 메뉴에 추가하고 중국 전통음식과 궁합을 맞춘 도너츠를 선보이는 형태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FT는 "중국 시장을 장기 관점에서 꾸준히 공들여온 캐터필러가 독보적인 중국 농기계 시장 지배사업자로 우뚝섰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