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올 8 · 15 경축사에서 던진 화두는 '공생발전'이다. 영어로는 생태계적 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이다. 자연의 생태계처럼 경제사회에서도 다양한 계층이 조화롭고 균형있게 공존해야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개념이라고 한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이 그동안 제시한 '친서민 중도실용' '동반성장' '공정사회' 등이 진화하고,외연을 확대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공생발전이란 다소 낯선 단어가 8 · 15 경축사의 키워드로 제시된 데 대해 궁금증을 갖는 사람이 많다. 왜 지금 자연 생태계까지 끌어들여 국정철학을 설명하려 했을까.

김 수석은 '공생발전'이란 화두가 나온 것은 '시장경제의 새로운 모델'에 대한 고민이 출발점이었다고 했다. 김 수석은 "무한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그것과 대칭되는 재정 투입을 통한 복지국가 모델은 각각 양극화와 재정위기라는 한계를 노출했다"며 "두 모델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새로운 모델로 공생발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만능주의 경제가,최근의 글로벌 재정위기는 과도한 복지 모델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도,유럽형 복지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모델로 공생발전이란 개념을 도입했다는 얘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생발전이라는 개념은 지금껏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처음에 'Ecosystemic Development'란 개념을 설정하고,이 말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직접 '공생'이란 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연설문은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와 김영수 연설기록비서관이 주도적으로 작성했고,여기에 김 수석과 김상협 녹색성장환경비서관 등 제한된 인원만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광복절 경축사에는 정치와 외교 · 안보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대해 큰 틀의 비전을 담지만 이번엔 주로 경제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은 최근 글로벌 재정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여름휴가에서 돌아온 뒤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원고를 거의 다시 써야 했다고 참모진은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연설 도중 인터넷 신청을 통해 행사 방청권을 따낸 한 50대 여성이 2층 객석에서 고함을 질러 잠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한 건설사에 대한 개인적인 억울함을 호소하려다 곧바로 제지당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