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 보고서의 진실>
지난 6월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대외위험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노무라 경제팀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외환위기 발생가능성이 가장 낮은 국가로, 외환전략팀은 원화와 인도루피화가 유럽위기시 아시아에서 가장 “민감한(susceptible)” 통화로 평가하였다. 국내 언론은 후자를 인용하여 노무라가 한국의 “대외상환능력이 가장 취약”하다고 보고서를 냈다고 보도하였다. 그런데 두 보고서는 분석 대상에 큰 차이가 있다.
먼저, 외환전략팀은 환율이 단기 변동성에 초점을 맞추며 다른 나라와 비교를 중시한다. 보고서의 결론 (유럽위기시 원화 변동성이 아시아에서 가장 클 수 있음)은 글로벌 리스크 민감도, 과거 환율변동사례, 자본시장개방, 유럽계은행의 익스포져, 외환보유액 규모면에서 한국이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종합하여 도출된 것이다.
반면, 경제팀은 경제기초여건과 위기대응능력을 초점을 맞추고 과거 시계열과 비교를 중시한다. 보고서의 결론 (외환위기 가능성이 2008년에 비해 크게 낮을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낮음)은 GDP대비 외채비율,단기외채비중,경상수지,재정여건,실물경제 등 16개 지표를 종합하여 분석한 것이다.노무라가 현재 커버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는 한국,중국,홍콩,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대만,태국,베트남 등이다.
노무라는 올해 한국경제가 3.5% 성장하고, 주가지수는 2230까지, 원달러 환율은 1020원까지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시 (미국과 유럽의 금년 하반기 성장률 -1% 및 -3%, 그리고 국제상품가격 15% 하락 전제)에는 한국의 2011년 성장률 전망치가 3.5%에서 2.5%로 낮아질 것으로 보았다. 다만 유가 하락, 엔화대비 원화약세로 한국 경제는 수출주도의 강한 반등을 보여 2012년에는 5%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유럽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가정시 노무라의 시나리오 분석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단기적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아시아에서 가장 커질 수 있다. 또한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신용시장 및 상품가격의 변동에 영향을 받는 구조여서 일시적 경기하강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2008년에 비해 높은 외환보유액과 건전한 재정 그리고 금리인하 여지 등 외부충격에 대응할 여력을 갖추었다. 따라서 한국 경제는 유가하락과 엔화대비 원화약세, 재정지출 확대 및 금리인하 등에 힘입어 V자 형태의 강한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필자는 한정된 지표만으로 위기대응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단편적이라는 정부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단기변동성을 평가하는 노무라 외환전략팀의 보고서가 국내 언론에서는 마치 위기대응능력을 종합 분석하는 것처럼 인용된 점은 매우 안타깝다. 노무라 경제팀은 정부에서 강조하듯이 일부 지표가 아닌 실물, 재정, 대외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 검토하여 한국의 외환위기 발생가능성이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서도 한국의 성장률을 2009년 (0.3%) 보다 높은 2.5%로 보는 이유다.
필자는 한은 재직시 외환위기를, 리먼브라더스에서는 금융위기를 직접 겪었다. 덕분에 한국의 기초경제여건과 대응여력을 평가하는데 객관적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노무라의 2011년 성장률 전망치가 시장 평균보다 낮지만 2012년은 높다는 점에서 한국을 매번 부정적이라고 보는 것도 아니다. 일반인에게는 외국계의 전략과 경제, 또는 단기 변동성과 위기대응능력 평가 보고서를 구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외국계 보고서가 국내 일반에게 소개되는 과정에서 분석 대상과 내용이 명확하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