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은 16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삼성전자에는 중립적이지만 LG전자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12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는 모토로라 주식을 12 일자 종가에 6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0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으로 이번 인수 발표는 모토로라 모빌리티 분사 이후 8개월만이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80년 역사를 가진 모토로라의 모바일 부문 특허 자산이 최근의 특허공방에 유용할 것이고 모토로라가 최근 2~3 년간 스마트폰 OS로 안드로이드에 올인하면서 최고의 우군 역할을 했으며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홈 디바이스와 비디오 솔루션 경험을 결합해 안드로이드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최근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일련의 특허 공방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인수 건은 지난 12일 산제이 자 모토로라 CEO 가 "우리의 특허를 더 이상 방어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 다른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들로부터 공격적으로 특허료를 받아낼 것"이라고 선언한 이후 3일만에 성사된 것으로 모토로라와 구글의 입장이 충분히 맞아 떨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글은 가장 최적화된 OS 와 UI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대비 우월한 모바일 플랫폼을 상용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판단되며 단말 제조를 통해 이익 창출을 최우선으로 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모토로라는 북미 외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이 제한적이고 단말 제조업을 경험하지 않은 구글이 전세계 유통망(이통 사업자포함)과 사업 관계를 확보해 나가는 것 역시 단기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동통신 사업자 입장에서도 구글을 애플과 같이 헤게모니를 좌우할 수 있는 플레이어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비우호적인 감정이 앞설 수 있다.

그는 "구글의 수익 원천은 바로 광고"라며 "구글은 지금까지 검색을 밑바탕으로 지메일, SNS, ebook, LBS, 오피스웨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나 모두 광고수입을 확대하기 위한 매개체로 이용해 왔다"고 전했다. 2005년 안드로이드 인수 이후 철저히 오픈 플랫폼 정책을 유지했고 향후 더 큰 사업기회를 위한 포석으로 삼았을 뿐 스마트폰 자체에서 어떠한 수익도 챙긴 바가 없다.

이번 인수 발표에서도 구글의 CEO 래리 페이지는 향후 안드로이드의 오픈 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강조했고 구글의 모토(Don’t be evil)에서 보듯이 기존 안드로이드 파트너들에게 해가 될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금까지 구글은 신규 안드로이드 OS 를 개발하여 배포할 시점에는 GED(Google Experience Device)와 같은 레퍼런스 기기를 동시에 발표했다. HTC 및 삼성전자가 개발한 Nexus One, Nexus S 등이 대표적이며 연말에 발표될 Ice Cream Sandwich 역시 삼성전자 내지 HTC 에서 GED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향후 이런 GED 개발의 기회는 모토로라가 차지할 기회가 많아질 것은 분명하다"며 "모토로라는 셋탑박스 제품군도 보유하고 있어 구글이 실패한 바 있는 구글 TV와 연관된 프로젝트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금 열린 셈"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구글이 원하는 멀티 디바이스의 안드로이드 OS 채용을 통한 'Seamless Google Service' 실현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OS 공급업체와 제조사의 만남은 단기적으로 기존 안드로이드 제조사에게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신규 서비스나 UI를 담은 GED 단말 개발 기회가 모토로라에게 우선적으로 부여될 가능성이 높고 경쟁사들은 초기 개발 단계에서 구글의 기술 지원에 의한 노하우 습득에 있어 한발 뒤쳐질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이 39개에 달하는 제조사들을 모두 등지고 모토로라에 의존할 수는 없을 뿐더러 안드로이드 시장에 우군을 최대한 많이 끌어들이려는 구글의 전략상 기존 안드로이드 제조사에 대한 배려도 이전과 같이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시장 내 우월한 지위가 이미 확인되고 있으므로 구글 입장에서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반면 LG전자는 최근 모토로라와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한발 앞서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인수 건으로 인해 안드로이드 Top 3(모토로라, 삼 성전자, HTC) 내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므로 투자 관점에서는 당분간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그러나 구글은 최대한 다양한 기기의 확보가 필요한 만큼 핸드셋 외 TV, PC 등 각종 제품군을 보유한 LG전자 역시 중장기적인 파트너로서 유효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