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사회공헌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몇 년 전만해도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비용이나 준조세쯤으로 인식됐지만 요즘 대기업들은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활동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의 모습이 마케팅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풍토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저임금 노동을 악용해 대량으로 생산한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구매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이를 방증한다.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공익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의 윤리만이 아니라 경영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글로벌 현상

국내 기업들의 사회 공헌 활동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올해 창업 100주년을 맞은 IBM은 2011년 6월15일을 '100주년 봉사의 날'로 선포하고 글로벌 차원의 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IBM의 사회 활동은 단순히 시혜성 이벤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인권의 신장 등 좀 더 포괄적인 분야로까지 확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2007년 회장으로 있을 당시 32년 만에 하버드대 명예졸업장을 받은 자리서 '창조적 자본주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기부나 자선의 의미를 넘어 시장의 힘과 작동원리를 활용해 가난한 사람들과 불평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국내에서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을 전후해서다. 기업들은 사내에 사회공헌팀을 만들고,각종 공익활동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창기 CSR(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은 획일적인 것이었다. 장애인들에게 생필품 나누어 주기,집 고쳐 주기,같이 놀아주기 같은 지원 프로그램들로 대부분 일회성 행사들이 많았다.

진화하는 CSR경영

최근 들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장기적인 투자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미소금융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신용 서민을 지원하는 대출 프로그램으로 최근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삼성 사장단이 미소금융 현장을 직접 둘러보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사장단 방문 직후 미소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400억원을 추가 출연,총 규모를 총 10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규모도 커졌다. 삼성은 사회봉사단과 법률봉사단,의료봉사단을 운영 중인데 주요 계열사별 봉사팀만 3700여개에 이른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폭을 넓히고 있는 포스코의 사례도 국내 기업들의 CSR경영이 서서히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인권과도 직결된다. 주로 시혜성 봉사 활동만 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새로운 사회공헌 방식인 셈이다.

교육 역시 기업들의 중요한 사회공헌활동 가운데 하나다. 금호그룹은 음악 영재들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으로 유명하다. 두산그룹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은 교육'이라는 연강 박두병 초대 회장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1978년 연강재단을 설립,출범 이후 학술연구비 지원,교사 해외연수,도서 보내기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가장 먼저 온정의 손길을 보내는 곳도 기업이다. 산사태로 피해가 극심했던 우면산 일대의 복구 작업에는 현대중공업이 제공한 중장비들이 제 몫을 해냈다. 수해 소식을 접한 현대중공업 경영진은 14t급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구호용 건설장비와 운용에 필요한 인력들을 급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난 구호는 기업의 마케팅과도 직결된다"며 "일본 지진 당시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통 큰 기부로 유명세를 탔고 덕분에 제품 판매가 급증한 것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