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드라마에서만 보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당신의 아내, 남편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평생 사랑을 약속한 부부에게 가장 끔찍한 단어가 '바람(외도)'이 아닐까.

30년 이상 개인과 커플들을 위해 심리치료에 힘써온 미라 커센바움이 '바람'과 '외도'를 다룬 심리서 '착한 사람도 바람난다'(라이프 맵)를 펴냈다.

커센바움은 보스턴에서 심리치료 및 리서치센터 체스넛힐연구소의 임상 디렉터로 근무중이다. 그는 전문가로 활동하며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Too Good to Leave, Too Bad to Stay)' '당신의 남자를 걷어찰 준비를 하라(Is He Mr. Right?)' 등의 저서를 집필한 바 있다.

그는 신간에서 외도의 유형을 17가지로 나눴다. 자신의 외도가 어느 형태에 속하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내도록 이끌어낸다.

저자는 "모든 기만과 배신 행위의 배경에는 깊은 불만족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며 "일상에서 부딪히는 사례를 통혜 관계의 충실함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내게 가장 믿음을 주는 남편이라고 해서 외도의 늪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내가 가장 헌신하는 아내라고 해도 바람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는 것.

외도의 과정은 단순하다. 급속도로 빠져들고, 자신이 가진 마음에 대해 죄의식을 갖게 된다. 또 어긋난 사랑에 괴로워하다 자신의 참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가정에 대해 생각한다.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참사랑과의 망가진 관계를 치료하는 것이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범하는 실수로 외도의 주인공이 배우자에게 외도를 고백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죄가 좀 가벼워질까 싶어 외도를 고백한다" 며 "고백이란 상대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임이 분명한데, 남에게 그토록 끔찍한 고통을 가하면서 어떻게 죄가 가벼워지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또 '외도'의 혼란스러운 이중 관계에 대해 새롭게 해석한다. 바람이 났기 때문에 결혼생활이 불행해 진 것이 아니라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어 외도에 노출됐다는 것. 저자는 혼란스러운 이중 관계를 벗어나 다시 삶을 정리하기를 권한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선택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다.

가장 소중한 것을 선택함으로써, 행복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평화를 얻으려면 배우자와의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가, 연인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두 사람 중 누구 한 사람을 결정하는 게 너무 어렵다면, 당신에게 최선이 되는 길은 두 사람 중 누구도 선택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고려해봐야 한다."(p 241)

저자는 외도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믿을 만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이 실제로 상처를 받는 것은 이혼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가지고 있는 어머니나 아버지때문이다.

저자는 가족 간 관계 회복을 위해선 무지의 단계와 치유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건 대개 즐겁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찌어찌 하다 서로 감정을 상하게 했음을 깨닫고, 이제 상한 마음을 돌이켜 더 이상 다치지 않게 예방하는 단계가 있다. 무지 단계는 몇 달밖에 안 가므로, 우리는 거의 관계의 치유 단계를 살고 있다. 이건 대체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치유이긴 하지만, 그래도 치유는 치유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당신이 불행해 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돌이킨다는 게 언제나 먼 길처럼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당신은 그 길을 거의 모든 사람들과 동행하는 셈이다." (p.307)

그는 신뢰 회복을 위해 주저하지 말고 행동하라고 충고한다. 또 상대의 가슴 아팠던 일을 잘 들어줘야한다고 덧붙였다.

배우자에게 열의와 적극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신뢰 회복의 지름길이며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아팠던 상대방의 마음을 모두 듣고 이해하며 어루만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편집자는 저자의 태도에 대해 상당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이런 글을 쓰지 못할 것이다. 바람난 사람을 위한 지침이며, 외도의 피해자 입장에선 뻔뻔한 내용일 수 있기 때문" 이라며 "하지만 외도를 하기 직전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예방기능을 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적 있다면 그 진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