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속으로] '교통지옥' 구로밸리, 납기 못 맞춰 '발 동동'
[김낙훈의 현장속으로] '교통지옥' 구로밸리, 납기 못 맞춰 '발 동동'
16일 오전 9시30분.출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서울 가산동 '수출의 다리'는 여전히 차들로 북새통이다. 철산교에서 수출의 다리를 지나 디지털단지5거리로 가려는 차들과 반대방향 차들이 수출의 다리 위에 빽빽이 서 있다.

구로디지털밸리 1단지 입구인 구로이마트에서 수출의 다리를 건너 3단지로 갈 때까지의 거리는 약 2㎞.이곳을 통과하는 데 보통 30~40분이 걸리기 일쑤다. 구로밸리 1단지에 있는 아프로알앤디의 김형태 대표는 "구로디지털밸리 중심도로 2㎞를 통과하는 데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곳의 교통정체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구로밸리 입주기업들이 정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건의가 바로 교통 문제다. 그런데도 지난 수년 동안 뾰족한 대책이 나온 게 없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교통혼잡 탓에 수출이나 납품을 하려고 해도 제품을 제때 실어나를 수 없다"며 "이제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게다가 인근에 분당 크기의 광명 · 시흥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업체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보금자리 입주민들의 서울 진출입 통로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김낙훈의 현장속으로] '교통지옥' 구로밸리, 납기 못 맞춰 '발 동동'
구로밸리의 교통난이 심각해진 것은 입주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아울렛매장이 급증한 데 비해 도로망은 거의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이 지역 입주기업은 712개,고용인원은 3만2958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입주기업이 1만25개로 10년 새 14배가 늘었고 고용인원은 12만3596명으로 3.75배 증가했다. 단층 공장이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공장)로 바뀌면서 입주기업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경부철도 위를 지나가는 '수출의 다리'는 구로밸리의 교통 요충지다. 구로밸리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하려면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왕복 4차로인 이곳을 통과하는 차량은 하루 평균 2만5056대(수출의 다리 진입로인 철산교 기준)에 이른다. 시간당 1000대가 넘는다. 출퇴근 시간엔 차들이 폭증해 거의 마비상태다.

더구나 수출의 다리 진입로에는 백화점 크기의 아울렛 매장이 수십개 들어서 있다. 이곳으로 쇼핑오는 차들과 뒤엉켜 퇴근 시간엔 서울 시내에서도 악명높은 교통혼잡 지역의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수출의 다리는 '수출을 가로막는 다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방자치단체는 △서부간선도로 철산교에서 금천IC 방면 1.9㎞까지의 편도 2차로를 3차로로 확장하고 △서부간선도로 금천IC에서 철산교 방향으로의 진입로 중 독산역 부근에 진출램프를 설치하며 △구로디지털3단지와 두산길 간의 지하차도 건설(640m)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조치는 물론 교통흐름 개선에 약간 도움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대책은 될 수 없다.

구로밸리 입주업체들은 "이제는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경부철도를 지하화하고 그 위를 도로로 만들거나 광명과 시흥대로를 지하로 연결하는 등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금자리주택 건설 이전에 이런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구로밸리는 한번 진입하면 빠져나오기 힘든 '도심 속의 수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