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없는 화가의 스포츠 크로키…"선수들 열정 담아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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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계육상대회에 맞춰 '의수화가' 석창우 씨 개인전
"늘 인생에는 흥분과 공포가 있습니다. 저는 감전 사고로 공포를 경험했고,지금은 운동 선수들의 열정을 그리며 흥분에 넘치는 인생을 살고 있어요. "
오는 27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쓰일 작품을 준비 중인 '의수 화가' 석창우 씨(56 · 사진).그는 "동양의 수묵과 서양의 크로키를 접목한 '수묵 크로기'로 운동 선수들의 열정을 묘사하며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예술문화 부문에서 '자랑스러운 한국 장애인상'을 받은 그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맞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 초대전에 낼 작품을 완성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그는 1984년 전기시설을 점검하다가 감전돼 두 팔과 발가락 두 개를 잃었다. 29세 청년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1년 반을 병원에서 공포에 떨며 지낸 그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그것만 생각하면 절대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갈고리 모양의 의수를 달았다.
"처음엔 기대가 많았지요. 제가 주말이면 즐기던 낚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웬걸요. 갈고리 손을 달았는데 낚시는커녕 움직일 수도 없고,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데 네 살짜리 아들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갈고리에 수성펜을 끼우고 참새,까치,독수리를 그렸다. 아들은 뛸 듯이 기뻐했고,주변 사람들도 잘 그렸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88년 이렇게 처음 그림을 그렸다. 화실문을 두드렸지만 팔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우연히 전주지역 서예가 여태명 선생의 화실을 찾아 그곳에서 사숙하며 글씨 쓰는 법을 배웠다. 가족도 친구도 거의 만나지 않고 서예를 연마했다.
"붓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붓이 둥글어서 갈고리에 맞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의수로 붓을 잡고 그리지만 처음엔 붓대에 구멍을 뚫어 고정시켜서 썼습니다. "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0여년간 발로 먹을 갈며 쓰고 또 썼다. 1991년에는 전라북도 서예대전에서 입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붓놀림이 자유로워지자 누드와 스포츠 크로키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연필이나 펜 목탄으로 크로키를 할 때 그는 가장 자신있는 붓을 사용했다.
"경륜장 축구장 농구장 등을 찾아 남들이 환호할 때 선수들을 한획 한획 그렸지요. 자신과 싸우는 선수들처럼 현실적인 장벽을 극복한 열정의 에너지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
작년 4월 국제 누드 드로잉 아트페어에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를 그린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왜 하필이면 스포츠를 즐겨 그릴까. "제가 원래 운동을 좋아했지만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여왕 미셸 콴의 동작에 매료됐어요. 팔이 없어진 뒤로 활동에 대한 욕구가 더 발산되는 것 같아요. 스포츠 그림은 저에 대한 치유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
그는 "팔이 있던 30년 보다 양팔이 없는 30년이 더 드라마틱한 삶이였다"고 했다.
후크선장이란 별명을 가진 그의 호는 유빙(流氷).물에 떠가는 얼음처럼 자연스럽게 녹는 존재가 되겠다는 뜻으로 직접 지었다. 26일부터 내달 8일까지 펼쳐지는 청작화랑 초대전에서 농구 육상 축구 경륜 등 스포츠 크로키화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02)549-311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오는 27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쓰일 작품을 준비 중인 '의수 화가' 석창우 씨(56 · 사진).그는 "동양의 수묵과 서양의 크로키를 접목한 '수묵 크로기'로 운동 선수들의 열정을 묘사하며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예술문화 부문에서 '자랑스러운 한국 장애인상'을 받은 그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맞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 초대전에 낼 작품을 완성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그는 1984년 전기시설을 점검하다가 감전돼 두 팔과 발가락 두 개를 잃었다. 29세 청년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1년 반을 병원에서 공포에 떨며 지낸 그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그것만 생각하면 절대로 발전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갈고리 모양의 의수를 달았다.
"처음엔 기대가 많았지요. 제가 주말이면 즐기던 낚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웬걸요. 갈고리 손을 달았는데 낚시는커녕 움직일 수도 없고,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데 네 살짜리 아들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갈고리에 수성펜을 끼우고 참새,까치,독수리를 그렸다. 아들은 뛸 듯이 기뻐했고,주변 사람들도 잘 그렸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88년 이렇게 처음 그림을 그렸다. 화실문을 두드렸지만 팔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우연히 전주지역 서예가 여태명 선생의 화실을 찾아 그곳에서 사숙하며 글씨 쓰는 법을 배웠다. 가족도 친구도 거의 만나지 않고 서예를 연마했다.
"붓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붓이 둥글어서 갈고리에 맞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의수로 붓을 잡고 그리지만 처음엔 붓대에 구멍을 뚫어 고정시켜서 썼습니다. "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0여년간 발로 먹을 갈며 쓰고 또 썼다. 1991년에는 전라북도 서예대전에서 입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붓놀림이 자유로워지자 누드와 스포츠 크로키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연필이나 펜 목탄으로 크로키를 할 때 그는 가장 자신있는 붓을 사용했다.
"경륜장 축구장 농구장 등을 찾아 남들이 환호할 때 선수들을 한획 한획 그렸지요. 자신과 싸우는 선수들처럼 현실적인 장벽을 극복한 열정의 에너지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
작년 4월 국제 누드 드로잉 아트페어에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를 그린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왜 하필이면 스포츠를 즐겨 그릴까. "제가 원래 운동을 좋아했지만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여왕 미셸 콴의 동작에 매료됐어요. 팔이 없어진 뒤로 활동에 대한 욕구가 더 발산되는 것 같아요. 스포츠 그림은 저에 대한 치유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
그는 "팔이 있던 30년 보다 양팔이 없는 30년이 더 드라마틱한 삶이였다"고 했다.
후크선장이란 별명을 가진 그의 호는 유빙(流氷).물에 떠가는 얼음처럼 자연스럽게 녹는 존재가 되겠다는 뜻으로 직접 지었다. 26일부터 내달 8일까지 펼쳐지는 청작화랑 초대전에서 농구 육상 축구 경륜 등 스포츠 크로키화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02)549-311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